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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형준의 메타어스] 장마, 폭염, 태풍의 ‘트리플 펀치’

등록 2023-08-27 18:15수정 2023-09-21 19:17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지난달 16일 119 구조대원들이 실종자 시신을 수습해 물 밖으로 인양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지난달 16일 119 구조대원들이 실종자 시신을 수습해 물 밖으로 인양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김형준 |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사상 최대’, ‘역대 최악’, ‘유례없는’.

요 몇 년 기상 관련 뉴스에 자주 보이는 수식어다. 특히, 여름에 더 많이 등장한다.

지난해 여름, 서울에 115년 만의 폭우가 쏟아져 강남 일대가 물바다로 변했다. 올해 장마 기간에는 전국에 평년 두 배가량의 비가 퍼부었다. 특히, 전라권은 기존 관측 ‘사상 최대’였던 2009년 633.8㎜를 30% 이상 웃도는 845.6㎜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7월 말, 장마가 물러나자 ‘역대 최악’의 폭염이라 불린 2018년 여름에 필적할만한 더위가 30여 명을 죽음으로 몰았다. 8월엔 남해안에 상륙한 6호 태풍 ‘카눈’이 ‘유례없는’ 진행 경로로 한반도를 종단하며 전국에 큰 피해를 남겼다. 서로 다른 극한 현상들이 동시 혹은 연달아 발생하는 현상을 “복합재해”라고 한다. 따로 발생하는 경우보다 높은 확률로 훨씬 큰 피해를 부른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에서 여름마다 발생하는 장마-폭염-태풍은 서로 어떤 연관이 있을까?

기상용어사전에 따르면, 장마는 ‘동남아시아의 계절풍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중국, 한국, 일본 등지에 유사하게 발생하는 계절현상’이다. 태풍은 ‘북서태평양의 고수온 지역에서 발생한 열대저기압으로 최대풍속이 초속 17m 이상인 것’으로 정의한다. 지난 50여년간 관측 자료를 보면, 동아시아 일대에 여름철 장마와 태풍으로 인한 호우가 증가했다. 폭염은 비정상적인 고온 현상이 일정 기간 이상 지속하는 현상인데(우리는 하루 최고체감온도 33도 이상이 기준) 최근 전 세계적으로 발생 빈도와 강도가 커지고 있다.

폭염은 주로 북태평양 고기압이 발달하면서 티베트 고기압 등과 중첩되며 발생하는데, 실은 장마나 태풍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고기압은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는 성질이 있다. 따라서 일본의 동남 쪽 해상에 위치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강화와 확장은 남쪽 바다로부터 우리나라 상공으로 더 많은 수증기를 수송함과 동시에 그 가장자리를 타고 이동하는 태풍의 경로를 변화시킨다. 다시 말해 장마와 폭염 그리고 태풍은 각각 다른 형태의 자연재해지만 북태평양 고기압이라는 기후 요소를 공유하는 하나의 복합재해인 것이다.

그렇다면 장마-폭염-태풍의 복합재해는 누구의 책임일까? 인간이 존재하는 지구와 그렇지 않은 지구를 가상 환경에서 재현하고 비교하는 메타어스(Meta-Earth) 시뮬레이션 연구 결과를 보면 태풍과 호우 발생 빈도 증가에 남겨진 인간활동 흔적은 1980년대부터 눈에 띄게 크게 늘었다. 장마 기간 중 상위 1%의 호우는 인간이 없는 지구에 비해 인간이 있는 지구에서 5배 이상 자주 발생했다. 온난화가 진행됨에 따라 미래에는 지구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호우가 폭염으로 전환하는 출렁거림이 증폭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인간이 만든 변화가 인간에게 재해로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2018년 7월 일본 관서 지방에서는 평년의 네 배에 이르는 호우가 내려 230여 명이 사망하고 10조원에 이르는 경제적 피해를 보았다. 직후 관동 지방에서는 관측 사상 최고 기온을 경신하고, 열사병으로 1500명 이상이 사망하는 복합재해의 사슬이 이어졌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강화되고, 대기는 더 많은 수증기를 머금으며 태풍의 경로가 점점 더 북쪽으로 이동하는 지금, 5년 전 일본의 재해는 우리에게도 언제 닥칠지 모르는 미래가 아닌가. 게다가 한 가지 더 주목해야 할 점은 사망자의 80% 이상이 65살 이상 고령층이었다는 사실이다. 기후변화에 따라 점점 더 거세지는 장마-폭염-태풍의 ‘트리플 펀치’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한층 더 심각한 ‘복합재해’를 만들어내지는 않을지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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