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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햇발] 뉴스타파, ‘역린’을 건드린 죄?

등록 2023-09-12 17:01수정 2023-09-13 02:38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9월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9월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춘재 |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은 검사 시절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의 검찰 ‘찐후배’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윤석열 사단’이 장악한 검찰은 지금 윤 대통령에게 충성을 다한다. 최근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 보도를 빌미로 검찰이 ‘대선개입 여론조작’의 배후세력을 수사하겠다고 나선 행태가 딱 그렇다. 윤 사단은 지난 대선 때 이 녹취파일 내용이 보도되지 않았다면 윤 대통령이 더 큰 표 차이로 이길 수 있었다고 믿는 것 같다. 혹시 지금 30%대의 대통령 지지율도 ‘언론의 여론조작’ 탓으로 여기는 건 아닐까.

뉴스타파를 비롯해 당시 언론들이 제기한 문제의 본질은, 윤 대통령이 2011년 대검 중수2과장 시절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을 수사할 때 대장동 일당에 대한 불법대출 부분은 부실하게 수사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당시 수사팀은 대장동 사업을 위해 부산저축은행에서 1천억원이 넘는 대출을 끌어오고 그 대가로 10억여원을 챙긴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를 불러 조사하고도 처벌하지 않았다. 그런데 조씨는 2015년에 수원지검에 덜미를 잡혀 대장동 사업 불법대출 건으로 기소돼 징역형(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따라서 ‘4년 전 대검 중수부 수사 때는 왜 조씨가 처벌을 받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은 삼척동자라도 품게 되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더욱이 대장동 일당인 남욱 변호사는 검찰 조사에서 ‘대검 중수부 수사 때 김만배가 김홍일 당시 대검 중수부장에게 조씨 관련 사건을 잘 봐달라고 부탁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김 전 중수부장은 당시 윤 대통령의 직속상관이었다(윤 대통령은 최근 그를 국민권익위원장에 임명했다). 또 조씨는 당시 김만배씨의 소개로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상관으로 ‘모셨던’ 박영수 전 특별검사를 변호사로 선임했다. 이런 ‘팩트’들은 ‘부실 수사’ 의혹이 전혀 허무맹랑한 게 아님을 뒷받침한다. 이를 ‘대선개입 여론조작’으로 몰아 처벌하려는 것은 언론사에 권력 감시 기능을 포기하라고 겁박하는 것과 같다. 대장동은 당시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그 수사 대상은 누가 정했나? ‘주임검사’(윤석열 중수2과장)는 관여 안 했나?

윤 사단이 뉴스타파를 겨냥한 진짜 이유는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일가의 ‘비리’ 의혹을 집요하게 추적 보도한 탓 아닐까. 뉴스타파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조금만 훑어봐도 이런 의심이 든다. 뉴스타파는 2019년 7월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때 ‘검사 윤석열’이 거짓말을 천연덕스럽게 하는 인물임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그와 호형호제하는 검찰 간부의 친형에게 변호사를 소개해준 사실이 있는지를 묻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아니요’를 반복하다, 청문회장에서 뉴스타파 기자와 과거에 통화했던 녹음파일이 공개되면서 거짓말이 탄로 났다. 지금은 적대적 관계가 된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결단(!)이 없었다면,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후보자’로 남게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대통령 부인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대통령 장모의 부동산 관련 사기 행각도 뉴스타파의 보도를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장모 최은순씨는 지난 7월 항소심에서 법정구속됐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국민 세금에서 지원하는 특별활동비 등을 기밀 수사 용도가 아닌 회식 등에 사용한 정황을 보도한 것도 뉴스타파다. 시민단체의 정부 보조금과 노조 회비의 사용처까지 문제 삼는 윤 대통령의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혹시 윤 사단의 눈에는 뉴스타파가 감히 ‘주군’의 역린을 자꾸 건드리는 것으로 보이는 건 아닐까.

대통령 지키기에 ‘올인’ 하는 검찰은 오히려 그 대통령을 불행하게 만든다. 박근혜 정권 중반기에 터진 ‘정윤회 문건’ 수사를 검찰이 제대로 했다면 ‘최순실 국정농단’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정씨를 둘러싼 ‘비선 실세’ 의혹을 정조준했다면 최순실씨의 존재를 알게 됐을 테니 말이다. 대통령을 무리하게 지키려다 검찰도 망가졌다. 2016년 겨울 ‘국정농단 규탄’ 촛불집회 때 “박근혜 탄핵” 다음으로 많이 나온 구호가 “검찰개혁”이었다. 윤 사단은 윤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대부분 검찰을 떠날 것이다. 그러나 후배 검사들은 남는다. 남은 자의 몫은 부끄러움이 될까, 조직에 대한 자부심이 될까.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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