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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성한용 칼럼] 국회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

등록 2023-09-20 17:40수정 2023-09-21 02:38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이자 대의민주주의와 숙의민주주의의 핵심 주체다. 민주당은 70년 가까이 반독재 민주화 투쟁,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 한반도 평화 노선을 지켜온 관록의 정당이다. 민주당 의원들의 지혜와 판단을 믿어야 한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의원 등 참석자들이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폭정·검찰 독재 저지 총력 투쟁대회’에서 내각 총사퇴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의원 등 참석자들이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폭정·검찰 독재 저지 총력 투쟁대회’에서 내각 총사퇴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성한용ㅣ정치부 선임기자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헌법 11조가 규정한 대원칙이다. 그러나 헌법이 인정하는 예외적 특권이 있다.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하는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이 있다. 대통령이라는 특수한 직책의 원활한 수행을 보장하기 위한 특권이다. 대통령은 불소추특권을 포기할 수 없다.

국회의원의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도 있다. 국민의 대표자로서 자주적이고 독립적으로 헌법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부여한 권한이다. 국회의원은 면책특권이나 불체포특권을 포기할 수 없다.

불체포특권은 의회 민주주의 발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영국에서 1603년 의회 특권법(Privilege of Parliament Act)으로 명문화한 이후 여러 선진국 헌법이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6월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저를 향한 정치 수사에 대해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고 했다.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가 회기 중에 ‘제 발로’ 법원에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재명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는 법리상 불가능하다. 위헌이다.

민주당 혁신위원회가 민주당 의원들에게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 제출을 요구한 것도 위헌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제안으로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단으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서약한 것도 위헌이다.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은 반정치주의 포퓰리즘이다. 국회와 국회의원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정서적 반감에 편승하는 자해 쇼맨십이다.

첫걸음을 잘못 내디디면 계속 발이 꼬이고 비틀거릴 수밖에 없다. 검찰이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체포동의요구서가 국회로 넘어오자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의원들과 지지자들이 큰 혼란에 빠졌다. 어떻게 수습해야 할까?

이제 와서 선언을 무효로 할 수는 없다. 법리상 타당하지 않고 위헌이지만 정치인들의 불체포특권 포기는 어쨌든 국민에게 한 정치적 약속이다. 지켜야 한다. 정치에서 명분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불체포특권은 국회의원이 회기 중에만 갖는 권리다. 이재명 대표의 선언은 당연히 “회기 중에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민주당 의원들이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지도록 협조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는 20일 입장문에서 “비회기에 영장을 청구하면 국회 표결 없이 얼마든지 실질심사를 받을 수 있다”며 “그럼에도 윤석열 검찰이 정치공작을 위해 표결을 강요한다면 회피가 아니라 헌법과 양심에 따라 당당히 표결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에게 체포동의안에 반대표를 던질 것을 강하게 주문한 것이다.

이재명 대표의 태도 변화는 당혹스럽다. 상황이 달라지면 정치인이 말이나 입장을 바꿀 수는 있다. 그러나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는 사과해야 한다.

이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될 것인지, 부결될 것인지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달렸다. 가결을 주장하는 의원들이나 부결을 주장하는 의원들이나 다 그만한 이유와 논리가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본회의 표결 이후다. 어떤 결론이 나오든 승복해야 한다.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이고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다. 국회의 결정은 국민의 뜻이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 이재명 대표는 스스로 선언했듯이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면 된다. 국민의 상식과 법원의 양식을 믿어야 한다.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 정부 여당은 이재명 대표 구속 반대를 국민의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을 대화와 타협의 상대로 인정하고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민주당에는 체포동의안 부결 의사를 밝힌 의원들의 명단을 작성해서 공개하는 당원과 지지자들이 있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애정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식의 압박은 민주당을 곤경에 빠뜨리는 것이다. 중단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이자 대의민주주의와 숙의민주주의의 핵심 주체다. 민주당은 70년 가까이 반독재 민주화 투쟁,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 한반도 평화 노선을 지켜온 관록의 정당이다. 민주당 의원들의 지혜와 판단을 믿어야 한다.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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