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며칠 앞두고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는 5·18민주화운동 때 수배된 인사를 집에 숨겨준 게 발각돼 군사재판을 받고 광주 상무대 영창에서 고초를 겪은 뒤, 직장에서 잘렸습니다. 집안의 자랑이었던 시골 수재는 두 자식을 키우기 위해, 다시 일어서기 위해 몸부림쳤고 발버둥쳤지만, 한번 어긋난 바퀴는 제자리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5·18민주유공자’로 인정받아 국립5·18민주묘지에 묻혔지만, 이것이 그에게 위로가 됐을지 알 길이 없습니다. 다만 이제 부디 억울함과 분노, 좌절 다 떨치고 편안해지시길 바랄 뿐입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