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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중국 부동산의 진짜 위기

등록 2023-10-12 18:55수정 2023-10-13 02:40

중국 톈진에 아파트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톈진/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톈진에 아파트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톈진/로이터 연합뉴스

[특파원 칼럼] 최현준 | 베이징 특파원

“서울 집값은 얼마야?” “한국 부동산세는 얼마나 돼?”

베이징에 사는 40대 한 중국인 친구는 한국의 부동산 상황에 관심이 많다. 중국 남부 안후이성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맨몸으로 상경한 그는 어렵게 일하면서도 베이징과 베이징 근교, 고향에 집을 네채나 마련했다. 베이징 등 대도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기 전이라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집을 네채 갖고 있지만 한국의 종합부동산세나 재산세 같은 보유세는 내지 않는다.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은 형식상 토지국유제를 취하고 있어, 부동산 보유세는 물론 상속세도 매기지 않기 때문이다. 친구는 한국의 부동산 관련 세금은 어떤 게 있고, 어떻게 매겨지는지 특히 궁금해했다. 중국 정부가 10여년 전부터 부동산 보유세를 도입하겠다고 공언해온 터라, 한국 상황이 몹시 궁금한 것이다.

산시성에서 온 또 다른 30대 중국인 친구는 직장 동료와 베이징 아파트의 방 한칸을 빌려 함께 산다. 높은 임대료와 낮은 월급을 고려한 절충안이다. 이런 공동생활은 베이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주 형태로, 서너명이 한방에 사는 경우도 꽤 있다. 그는 “방 하나를 성인 둘이 함께 쓰는 것이 편치 않지만, 이런 생활이 5, 6년 돼 익숙하다”고 했다.

그에게 베이징 아파트는 그림의 떡이다. 베이징·상하이·선전 등 대도시 아파트 가격은 1㎡당 5만위안(약 900만원)을 훌쩍 넘고, 10만~15만위안(약 1800만~2700만원)에 이르는 곳도 많다. 서울이나 도쿄의 집값과 비슷하지만, 대학을 졸업한 평범한 직장인 친구의 월급은 서울·도쿄와 달리 1만위안(약 18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집 있는 상대를 만나 결혼하는 방법이 있지만, 베이징 후커우(호적)가 없는 그는 결혼 시장에서도 약자다.

중국 부동산 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보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기업 헝다에 이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부도 위기에 처했고, 이들이 잘못되면 중국 경제에 큰 파국이 닥치리라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진 ‘리먼 사태’가 재현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중국의 진짜 부동산 위기는 따로 있다. 부동산 자산 격차로 인해 증가하는 사회 불평등이다. 중국은 지니계수가 0.5에 가까운 세계 최고 소득 불평등 국가인데, 자산 기준 지니계수는 2020년 0.704로 소득 불평등을 훨씬 능가한다.

20년 넘게 거침없이 상승해온 중국의 부동산 가격은 도시와 농촌, 대도시와 소도시, 동부와 서부의 격차를 키운 데 이어 세대 간 격차도 심각하게 벌리고 있다. 앞서 소개한 30대 친구는 아마도 큰 변화가 없다면 평생 40대 친구가 이룬 것과 같은 자산 축적은 불가능할 것이다. 이런 자산 격차는 중국의 20·30대가 결혼과 출산을 꺼리게 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중국 당국은 이런 부작용을 인식하고 10여년 전부터 자산 격차 완화를 위해 부동산 보유세 도입을 추진했지만 지지부진하다. 최근에는 보유세 도입이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제도 도입을 다시 5년 뒤로 늦췄다. 진짜 위기를 조금이라도 바로잡을 기회가 또 사라졌다.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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