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선태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장이 13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송갑석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 영상회의록시스템 갈무리
[전국 프리즘] 김용희 | 전국부 기자
“조사 중이다.”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
13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5·18조사위) 국정감사에서 송선태 위원장은 지난 3년 동안 국감 때와 똑같은 대답을 했다. 2019년 말 출범한 5·18조사위(위원장 포함 위원 9명)는 4년간 활동을 마치고 올해 12월26일 해산할 예정이다.
국회의원들은 5·18조사위의 활동 기간이 두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조사가 더뎌 종합보고서가 제대로 작성될 수 있을지 우려했다. 안규백 의원은 송선태 위원장과 안종철 부위원장(사무처장)이 조사 결과에 대해 완료형이 아닌 진행형으로 답변한다고 지적했고, 송갑석 위원은 지난해 국감에서 올해 3월까지 열겠다고 한 청문회를 여태 열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정성호 의원도 조사결과 보고서가 나오지 않아 제대로 의결될지 걱정이라고 했다.
송 위원장도 답답한 속내를 내비쳤다. 그는 “저희도 아주 다급하고 속 타는 건 마찬가지”라면서도 “일정 관리를 빽빽이 하고 있기 때문에 활동 종료 일주일 전인 12월20일까지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의결해 조사 결과가 사장되는 일이 없도록 유념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지켜본 5·18유공자들은 참담한 심정이라고 했다. 이번 5·18조사위 활동은 마지막 진상규명 기회로 꼽힌다. 1988년 국회 광주청문회, 1995·1997년 검찰 수사, 2017년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 2018년 계엄군성폭력공동조사단 등 그동안 국가 차원에서 여러차례 5·18 진상규명이 시도됐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발포 명령자는 밝혀지지 않았고 행방불명자 84명은 여전히 찾지 못했다. 4살 추정 남자아이는 가족을 찾지 못한 채 국립5·18민주묘지 무명열사 묘지에 잠들어 있고 외할머니·외삼촌과 함께 사라진 박광진(당시 5살)군 가족은 애타게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진실이 꽁꽁 숨겨져 있는 동안 고 전두환씨는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자신이 ‘광주사태의 치유·위무를 위한 씻김굿의 제물’이라며 피해자 행세를 했고 극우세력은 광주시민들을 북한군이라 지목하며 역사 왜곡을 시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탄생한 5·18조사위는 제주 4·3처럼 국가 차원의 조사보고서를 펴내 5·18에 대한 불필요한 논쟁을 막고 피해자들의 한을 풀어주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직권조사 21건 중 의결은 1건에 그쳤고 청문회는 결국 무산됐다. 급기야 지난달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미진한 조사 성과 책임을 물어 안 부위원장 사직 권고안이 의결되기도 했다. 송 위원장은 이번 국감장에서 조사 대상자들의 증언 기피, 기록 변조 등의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으나 결과적으로 면피성 발언에 그쳤다.
특별법에 의해 출범한 5·18조사위는 가해당사자들의 무성의한 조사 참여, 부실한 기록 등을 대비해 거부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동행명령장 발부, 압수·수색영장 청구 의뢰, 국가기밀 열람 등 다양한 권한을 부여했다. 조직 규모는 115명(전문위원 등 75명은 별도), 연간 예산은 130억여원에 이른다. 조사 기간도 기존 3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기까지 했다.
각 건에 대한 조사와 의결이 이뤄진다 해도 끝은 아니다. 법에는 조사위 활동이 끝난 뒤 6개월 이내에 종합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위원회가 사라진 뒤 보고서가 작성되는 모순적인 상황이지만 위원회는 그동안 법을 개정하거나 유권해석을 받으려 노력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지만 5·18단체는 외면하고 있다. 5·18부상자회와 공로자회는 회장과 회원 간 알력다툼 중이고 5·18기념재단과 유족회는 잠자코 있다. 광주시나 시의회, 시민단체 또한 조사위 출범에만 관심을 뒀을 뿐 활동 중에는 감시나 비판을 하지 않았다. 5·18조사위의 남은 기간 반전을 기대하기는 힘든 만큼, 미흡한 진상규명에 따른 후폭풍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광주 시민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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