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에서는 ‘베드메이트’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고 한다. 베개 브랜드 이야기가 아니다. 룸메이트가 방을 공유하는 관계를 뜻한다면, 베드메이트는 침대를 공유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서구권엔 잠자는 시간대가 다른 사람끼리 침대를 번갈아 쓰는 ‘핫베딩’ 문화가 있는데, 베드메이트는 같은 시간대에 침대를 함께 쓴다는 점에서 더 극단적인 공간 공유 형태라 할 수 있다.
중국의 한 언론은 최근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에서 베드메이트 같은 월세 공유 가구가 지난해보다 50% 넘게 늘었다는 소식을 전하며, 이를 중국의 심각한 경제난과 청년실업 탓으로 풀이했다. 룸메이트를 구하려면 방이 커야 해 월세가 더 높아지겠지만, 베드메이트는 방 크기가 작아도 되는 만큼 월세를 아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 부동산 플랫폼 58닷컴에 따르면, 중국 청년의 80% 이상은 주거비가 소득의 30% 이하이기를 원한다고 한다. 하지만 경제난과 실업난 속 천정부지로 치솟은 월세 부담이 늘자 중국 에스엔에스(SNS)에는 ‘베드메이트를 구한다’는 글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코를 골거나 이를 갈지 않아야 한다’ ‘밤 10시 이전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는 등 구체적인 조건도 따라붙는다.
경제난과 취업난 측면에서 중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한국 상황은 어떠한가. 지난달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의 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8월 서울에서 거래된 연립·다세대 원룸(33㎡ 이하) 평균 월세는 69만원이었다. 전년 동월(56만원)보다 24.3% 오른 수준으로, 8월 기준으론 10년 새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대학가 원룸 월세 역시 보증금 1천만원 기준으로 평균 60만원에 달했다. 지역별로 50% 이상 오른 곳도 있다. 연세대 인근은 지난해 52만6천원에서 올해 79만원으로 1년 새 50%가 넘게 올랐다. 경희대 인근 18%, 고려대 인근 13.5%, 서울대 인근도 7% 가까이 올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월세를 한푼이라도 아끼려는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 사이엔 ‘셰어하우스’ 인기가 치솟고 있다.
베드메이트를 그저 ‘옆 나라 중국의 신기한 문화’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잇따르는 월세 폭등 뉴스는 그저 몸 하나 누일 곳 찾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렇게 가다간 한국에도 베드메이트 문화가 상륙할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는 예측이 점점 잦아질 것이다.
유선희 산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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