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은 보편적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의 도입으로 국민연금의 구조를 확 바꾸자고 제안했다. 국민연금에 기초연금을 새로 얹어 1·2층 구조로 만들자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가입자 본인의 평균소득(B값)과 전체 가입자 평균소득(A값)을 반영해 연금액이 정해진다. 그런데 여기에서 가입자가 보험료를 낸 실적에 따라 연금을 타도록 B값만 남기자는 것이다. 대신 소득재분배 기능을 담당했던 A값이 사라진 만큼 노인이면 누구나 받는 기초연금을 신설하자는 구상이었다.
그때도 지금처럼 국민연금 개혁은 여야 모두 피해 가고 싶은 ‘뜨거운 감자’였다. 국민연금은 자신의 노후는 물론 부모 부양이라는 이중 부담을 지고 있던 초기 가입자 부담을 덜기 위해 낮은 보험료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저출생·고령화는 빠른 속도로 심화되고 보험료의 단계적 인상 계획은 순조롭게 이행되지 못했다. 정부는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국회로 보낸 상황이었다.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의 연금개혁안은 ‘덜 내고 덜 받자’는 쪽이었다. 기금 안정과 국민 부담 최소화를 앞세웠다. 소득비례연금의 보험료율을 9%에서 7%로, 소득대체율은 60%에서 20%로 내리자고 했다. 대신 국내 거주 요건을 채운 노인 전체에게 기초연금(가입자 평균소득의 20%)을 주자고 한 것이다. ‘낸 만큼 받는다’고 하면 국민연금 납부에 저항하는 자영업자 등을 달랠 수 있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하지만 재원 조달 방안에서 발목이 잡혔다. 부가가치세를 더 걷어 기초연금을 주자고 하면서 여론의 역풍을 맞은 것이다.
최근 윤석열 정부는 얼마나 내고 받는지를 빼놓은 국민연금 개혁안을 냈다. 맹탕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국민의힘은 느닷없이 모수개혁보다 구조개혁이 더 중요하다며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통합’(10월31일 유의동 정책위의장)을 제안했다. ‘각 세대가 후세대에 의지하지 않는 적립식 전환’까지 언급하면서 2004년 한나라당안과 닮은 꼴이 됐다. 여당 정책위의장의 설익은 방안은 더 이상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 지금은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기초연금이 별도로 지급되고 있다. 보편적 기초연금을 주자고 하면 현 정부의 선별 복지 기조와도 충돌한다. 소득대체율을 높이기는커녕 한참 낮추자고 하기도 어렵다. 흘러간 노래를 맥락 없이 틀다 보니, 아귀가 안 맞는 형국이다.
황보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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