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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나홀로 캐럴’보다 ‘모두의 캐럴’ [유레카]

등록 2023-12-10 15:51수정 2023-12-11 02:42

캐럴 시즌이 돌아왔다. 캐럴은 둥글게 돌며 추는 춤과 노래를 뜻하는 프랑스어 ‘카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같은 어원에서 파생된 ‘캐러셀’은 회전목마나 공항 수화물 컨베이어벨트를 뜻한다. 캐럴은 본래 야외 축제 음악을 통칭했지만, 언젠가부터 성탄절 예수를 찬양하는 노래로 의미가 좁아졌다. 요즘은 크리스마스나 겨울 분위기 노래라면 캐럴로 쳐주는 분위기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캐럴은 ‘화이트 크리스마스’다. 작곡가 어빙 벌린이 만들고 중저음이 매력적인 빙 크로즈비가 불러 1942년 발표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노래로 기네스북에도 올랐다. 그 아성을 넘보는 새 강자는 머라이어 케리의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1994)다. 한때 유행가로 끝나지 않고 매년 겨울 차트를 역주행하더니, 발표 25년 만인 2019년 처음으로 미국 빌보드 ‘핫 100’ 정상에 오르는 진기록을 썼다. 올겨울 국내 음원 차트에서도 이 노래는 엑소의 ‘첫눈’과 함께 쌍끌이 역주행 중이다.

과거엔 거리 곳곳에서 캐럴이 들려와 연말 분위기를 훈훈하게 달궜다. ‘길보드’라 불린 카세트테이프 노점뿐 아니라 카페, 술집, 상점 등 온갖 곳에서 캐럴이 울려퍼져 사람들을 설레게 했다. 하지만 불법복제 음반 노점이 사라지고, 2018년 저작권법 시행령 개정으로 50㎡(약 15평) 이상 카페, 술집 등에도 음악 저작권료가 부과되면서 거리에서 캐럴을 듣기 힘들어졌다.

이에 발벗고 나선 이들이 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 보호기간이 만료된 ‘징글벨’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등 캐럴 음원을 공유저작물 누리집 ‘공유마당’에 올려 누구나 자유롭게 쓰도록 했다. 누리집엔 서울시립교향악단, 개인 등이 기증한 캐럴 음원도 있다. 지난해 지니뮤직은 인공지능(AI)이 만든 캐럴 20곡을 경기 지역 상인들이 마음껏 쓸 수 있도록 하는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그럼에도 예전 분위기로 되돌리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전통 캐럴부터 인기 가수의 캐럴, 인공지능이 만든 캐럴까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지만, 본래 어원 의미처럼 바깥에서 함께 즐기는 캐럴은 점점 더 사라져가고 있다. 캐럴은 집에서 혹은 이어폰 끼고 혼자 들을 때보다 여럿이 함께 듣고 불러야 제맛이다. ‘나홀로 캐럴’보다 ‘모두의 캐럴’로 행복해지길 소망해본다.

서정민 문화부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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