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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국방부의 뒷걸음질을 어찌할꼬!

등록 2024-01-24 18:43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 성소수자 인권단체 회원들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성별불일치 병역판정 기준 개정안에 대해 규탄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비온 뒤 무지개] 한채윤 |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활동가

 

우리나라 국방부가 징병대상 가운데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인식하고 이와 관련한 병역판정 신체검사 기준을 만든 건 언제일까? 1960년대 만들어진 검사 규칙에 트랜스젠더 관련 조항이 생겨난 건 1999년이다. ‘성주체성 장애’(gender identity disorder)라는 질환명과 함께 정도에 따라 4급 보충역, 5급 면제, 7급 재검으로 분류하도록 했다. 이후 조문 내용은 조금씩 달라졌지만 6개월 이상 정신건강의학과 치료 경력과 사회적·직업적 기능장애, 그리고 군 생활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하는지가 판단기준으로 유지되었다.

트랜스젠더 인권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국방부는 2021년 2월 개정안을 내놓았다. 비하하는 의미가 있다고 지적받았던 ‘성주체성 장애 및 성선호 장애’, ‘사회적·직업적 기능장애’란 문구가 삭제되었다. 대신 ‘트랜스젠더를 더는 정신질환으로 다루지 말라’는 국제보건기구(WHO)의 2018년 결정에 따라 ‘성별 불일치’(gender incongruence)란 표현이 등장했다. 등급 판정도 재검과 면제 두가지만 남겼다. 당시 국방부가 나름 일진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3년 만에 이를 무색하게 하는 ‘병역판정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 개정안’이 지난달 입법예고됐다.

개정안은 “사회적 이슈가 된 특정질환에 대한 판정기준 보완”이라며, 트랜스젠더로 병원에서 진단받고 ‘사회적·직업적 기능 장애가 동반된 경우’라도 ‘6개월 이상의 규칙적인 이성호르몬 치료 등을 받고 있으며 이로 인한 사회적 변화나 신체적 변화로 군 복무에 지장이 초래된다고 판단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사회복무요원 근무한 뒤 예비군 훈련도 받아야 하는 4급 보충역 판정을 받도록 했다. 이전과 달리 ‘호르몬 투여’와 ‘그로 인한 신체적 변화’를 명시함에 따라 이 규정은 시간과 돈이 들어가는 의료적 조치를 트랜스젠더에게 강제하는 셈이다. 신체검사를 주로 만 19살 되는 해에 받는 현실을 고려하면 더 난감하다. 호르몬 투여나 외과 수술을 받을지, 성별 정정을 할지는 자신의 삶에서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방식으로 선택해야 하는데 이를 무시한다.

국방부는 “병역 판정의 공정성·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개정한다고 밝혔다. 트랜스젠더 여성이라도 6개월 이상 호르몬 투여를 하지 않았다면 ‘남성’으로 간주해 입대시키겠다는 심사기준 어디에 공정성이 있는가. 또, 국방부는 심각한 수준으로 성별불일치 문제를 겪는 것이 아니라면 대체복무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판단했다고 한다. 심각한 수준의 성별불일치 문제라니! 성별불일치는 그 자체로 사회생활을 못할 만큼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성별불일치로 비롯되는 문제가 있다면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차별 때문에 발생한다. 트랜스젠더가 군인이 될 수 없는 건 성별불일치 때문이 아니라 국방부의 심각한 편견과 무지 때문이다.

최근 언론에서 이 개정안을 ‘트랜스젠더 여성에게도 병역의무 부여’라는 식으로 보도하니, 마치 트랜스젠더 여성들이 군 면제를 받다가 갑자기 입대하게 된 양 착시가 일어난다. 아니다. 트랜스젠더 군인은 늘 있었다. 다만 자신을 숨겨야만 했을 뿐이다. 트랜스젠더로서도 안전한 군대, 트랜스젠더를 존중하는 군대를 만드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고 변희수 하사 3주기가 다가오는데 국방부의 뒷걸음질을 보자니 한숨이 나온다. 개정안은, 아니 개악안은 철회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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