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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4-9-2 룰 / 김종철

등록 2006-08-22 18:30

김종철 논설위원
김종철 논설위원
유레카
‘도박’ 하면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떠오르지만, ‘게임’이라고 하면 왠지 지적인 유희나 휴식을 위한 오락이라는 느낌이 든다. 더구나 아케이드 게임이니 일반 게임 운운하면 고상한 분위기마저 풍긴다. 도박을 할 수 있는 기계도 마찬가지다. 슬롯머신이나 카지노라고 하면 도박기계가 연상되지만, 일반 게임기라고 하면 언뜻 개념이 잘 안 잡힌다.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문을 낳고 있는 바다이야기, 황금성 등은 모두 아케이드(오락실)에서 벌어지는 ‘일반 게임’이며, 정부에서 육성하는 게임산업의 한 종류다. 도박 게임이 아니다. 심지어 이들 업소 간판에는 성인오락실이라느니 성인게임장과 같은 명칭을 쓰지 못한다. 건전한(?) 일반 게임장의 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바다이야기 등의 게임 방식은 리니지 등 온라인 게임처럼 두뇌를 쓰는 게 아니라 버튼을 눌러서 그림을 맞추는 단순무식형 릴게임이다. 슬롯머신과 방식이 똑같다. 그러나 강원랜드의 슬롯머신과 달리 바다이야기 등은 사행성 게임(도박) 기계가 아니다.

‘4-9-2 룰’ 때문이다. 한 게임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4초를 넘고, 한 시간에 한 대에 9만원 이상을 사용할 수 없고, 당첨금인 경품권 액수가 한 차례에 2만원을 넘지 않으면 사행성이 없다고 판정한다. 문화관광부가 정한 경품취급기준 고시에 나오는 내용으로, 영상물등급위원회가 국내외 게임기를 심의할 때 쓰는 기준이다. 바다이야기, 황금성 등은 모두 4-9-2 룰을 통과했다.

당국은 뒤늦게 현행 4-9-2 룰을 한 시간에 4만원 이내로 돈을 투입하거나 그보다 더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거는 돈을 줄인다고 사행성과 중독성이 없어질까. 차라리 게임이니 오락이니 말장난하지 말고 성인오락실에 슬롯머신, 도박이라는 본래 이름을 찾아주는 게 일반인의 경계심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김종철 논설위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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