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논설위원
유레카
‘도박’ 하면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떠오르지만, ‘게임’이라고 하면 왠지 지적인 유희나 휴식을 위한 오락이라는 느낌이 든다. 더구나 아케이드 게임이니 일반 게임 운운하면 고상한 분위기마저 풍긴다. 도박을 할 수 있는 기계도 마찬가지다. 슬롯머신이나 카지노라고 하면 도박기계가 연상되지만, 일반 게임기라고 하면 언뜻 개념이 잘 안 잡힌다.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문을 낳고 있는 바다이야기, 황금성 등은 모두 아케이드(오락실)에서 벌어지는 ‘일반 게임’이며, 정부에서 육성하는 게임산업의 한 종류다. 도박 게임이 아니다. 심지어 이들 업소 간판에는 성인오락실이라느니 성인게임장과 같은 명칭을 쓰지 못한다. 건전한(?) 일반 게임장의 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바다이야기 등의 게임 방식은 리니지 등 온라인 게임처럼 두뇌를 쓰는 게 아니라 버튼을 눌러서 그림을 맞추는 단순무식형 릴게임이다. 슬롯머신과 방식이 똑같다. 그러나 강원랜드의 슬롯머신과 달리 바다이야기 등은 사행성 게임(도박) 기계가 아니다.
‘4-9-2 룰’ 때문이다. 한 게임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4초를 넘고, 한 시간에 한 대에 9만원 이상을 사용할 수 없고, 당첨금인 경품권 액수가 한 차례에 2만원을 넘지 않으면 사행성이 없다고 판정한다. 문화관광부가 정한 경품취급기준 고시에 나오는 내용으로, 영상물등급위원회가 국내외 게임기를 심의할 때 쓰는 기준이다. 바다이야기, 황금성 등은 모두 4-9-2 룰을 통과했다.
당국은 뒤늦게 현행 4-9-2 룰을 한 시간에 4만원 이내로 돈을 투입하거나 그보다 더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거는 돈을 줄인다고 사행성과 중독성이 없어질까. 차라리 게임이니 오락이니 말장난하지 말고 성인오락실에 슬롯머신, 도박이라는 본래 이름을 찾아주는 게 일반인의 경계심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김종철 논설위원 phill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