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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햇발] ‘결백’ 자만이 부른 참극 / 김종철

등록 2006-08-29 20:08수정 2006-09-01 20:33

김종철 논설위원
김종철 논설위원
아침햇발
언론과 야당이 마구잡이로 헤집는데도 바다이야기의 몸통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의 조카 노지원씨와 전 노사모 대표 명계남씨의 연루설은 사실무근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성인오락실을 운영하다가 들통난 김정길 대한체육회장의 동생도 골목대장 노릇에 불과할 것이다. 검찰 수사가 초입 단계여서 예단하기는 어려우나, 어머니가 한 상품권 업체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청와대 행정관은 몸통일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물론 바다이야기와 황금성 등 사행성 게임이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를 통과할 때나 상품권 발행 업체를 정하는 과정에서 일부 관료나 정치인들의 비리가 밝혀질 수 있을 것이다. 오락실 업자나 조직폭력배가 동네 경찰 등에 상납한 경우도 적지 않게 드러날 것이다. 모두 다 구린 데는 끼기 마련인 똥파리 수준의 잔챙이지 몸통은 아니다. 이 정도라면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정권 재창출 자금을 마련하려는 정권 차원의 비리는 아니다.

어쩌면 “(바다이야기 책임이) 청와대 안으로 들어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노 대통령의 확신대로 이번에는 육신을 가진 몸통은 없을지도 모른다. 이 정권은 출범 때부터 언론 등 정치환경이 매우 불리한 점을 감안해 권력형 비리가 없도록 나름대로 잡도리해 왔다고 한다. 그동안 대통령 친형인 노건평씨의 땅문제를 비롯해 유전·행담도 게이트, 이해찬 총리 골프 파문 등 숱한 의혹들이 터졌지만 ‘딴주머니’가 확인되지 않은 것은 이런 덕일 게다. 친인척 단속도 엄했다. 노 대통령의 조카 지원씨네만 해도 그의 어머니와 동생이 부산에서 직장도 없이 궁핍하게 사는 것으로 밝혀졌다.

비리를 주도한 ‘큰손’의 실체가 없는 마당에 현정부 들어 각종 도박장이 골목 곳곳에 들어서고, 오가는 돈이 100배 이상 늘어나는 등 도박공화국이 됐다. 아이러니다. 규제완화라는 신자유주의와 돈만 벌면 최고라는 실용주의 원칙을 맹신한 대가다. 2000년 5월 성인오락실 양성화 때나 그 뒤 사행성이 큰 게임물의 영등위 통과가 늦어질 때 등 고비마다 규제완화가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됐다. 등급 심사의 세부 기준을 마련해 달라는 영등위의 요청도 국무조정실에서 규제완화에 역행한다는 이유로 반려됐다. 상품권 인증제가 지정제로 바뀌면서 지정 권한이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이라는 느슨한 기관에 넘어간 것도 같은 논리다. 바다이야기의 몸통이다.

잘못된 정책을 밀어붙인 데는 ‘우리는 깨끗하기에 거리낄 게 없다’는 과도한 자부심도 한몫 거들었다. 전국의 땅값·집값을 천정부지로 솟도록 한 책임자들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밀어붙이는 사람들도 ‘사심 없음’을 강조한다. 도박은 정책을 고치면 되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돌이킬 수도 없다. 깨끗한 것은 기본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다수 국민이 이익을 보느냐를 따져 정책을 택하고, 규제할 것과 풀어야 할 것을 구분할 줄 아는 분별력이다.

잘못을 고칠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것도 ‘우리는 오류가 없다’는 자만심 탓이 아닐까 싶다. 노 대통령은 “도둑이 들려면 개도 짖지 않는다더니 …”라며 경보가 없었음을 탓하지만, 어불성설이다. 언론 보도를 빼고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민초들의 성인오락실 고발장만도 그동안 수백건이 넘는다. 한 남성은 지난해 9월20일 “대통령은 뭐 하는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성인 게임방 및 온라인 게임으로 가정이 파탄되고 나라가 망하려고 하는데 왜 신경을 쓰지 않느냐?”고 울부짖었다. 국민의 직접 호소조차 외면한 까닭을 겸손하게 되짚어 보라. 최소한 같은 잘못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김종철 논설위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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