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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검사와 검새 / 김종철

등록 2006-09-19 18:31

김종철 논설위원
김종철 논설위원
유레카
1948년에 만들어진 무성영화 〈검사와 여선생〉(윤대룡 감독)의 인기는 오늘날의 〈괴물〉에 못지 않았던 모양이다. 해방 직후의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에서도 관중석은 연일 꽉 찼다고 한다. 탈옥수를 숨겨 줬다가 남편의 오해를 사고 칼부림 끝에 남편이 숨진 뒤 살인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힌 여선생과 이 사건을 맡게 된 옛 제자의 얘기가 줄거리다. 검사는 스승의 무죄를 입증해 여선생을 무죄로 석방한다는 전형적인 신파조 영화다. 객석은 변사의 구성진 열변에 매번 눈물바다가 됐다.

한국 드라마 사상 최고의 인기를 모았던 1995년 서울방송 〈모래시계〉의 주인공 강우석 검사도 조폭 친구와의 우정보다는 정의를 앞세운 소신파로 묘사됐다. 다음달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가을로〉(김대승 감독)의 주인공도 검사다. 백화점 붕괴사고로 결혼을 앞둔 연인을 잃은 남자 검사 현우가 또다른 마음의 상처를 안은 여성을 만나 상실감을 극복해가는 애잔한 얘기다. 이처럼 극중의 검사 이미지는 대부분 정의의 사도에 가깝다. 경찰의 이미지가 공포의 대상이었던 일제 때 순사나 혹은 서민들을 갈취하는 대한민국의 〈투캅스〉 등 별로 좋지 않게 그려지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서울지검 금태섭 검사가 〈한겨레〉에 열차례 쓰려고 했던 ‘현직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이라는 글이 정상명 검찰총장을 면담하고 난 뒤에 중단됐다. “피의자가 되면 아무것도 하지 말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라”는 첫번째 글이 나간 뒤에 ‘우리는 어떻게 수사하라는 것이냐’ 등 내부 반발이 많았다고 한다. 검찰 인권의식의 수준을 보여준다.

현정부 초 대통령과 검사와의 대화 뒤 ‘검새’라는 말이 한때 유행했다. 검사들의 거만하고 반인권적인 태도를 비꼰 말이다. 검새에 관한 영화가 나올 날도 멀지 않았다면 너무 앞선 말이 될까.

김종철 논설위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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