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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카사노바의 복권 / 이창곤

등록 2007-10-08 18:43

이창곤 논설위원
이창곤 논설위원
유레카
베네치아 사람 카사노바는 바람둥이의 대명사다. 신분의 벽을 넘은 자유인, 40여권의 책을 펴낸 저술가 등 다른 평가도 많다. 벤처사업가도 그 중 하나다. 핑크빛 물의를 일으켜 수도원에서 쫓겨난 그는 한때 프랑스에서 큰돈을 번다. 여성들한테서 뜯어낸 게 아니었다. 복권 사업을 통해서였다. 재정난에 허덕이던 프랑스 왕정에 복권 제도를 도입하도록 해 거액을 안겨줬으며, 자신도 복권사업소에 투자해 큰돈을 챙겼다는 것이다.

<복권의 역사>란 책을 보니, 18세기 프랑스에선 1등 당첨복권에 ‘하느님이 당신을 선택하셨다’는 문구를 집어 넣어 수많은 이들을 복권 구매 대열에 서도록 했다. 하지만 18세기 말 프랑스에서 갑자기 모든 복권이 사라진다. 복권은 “시민들을 침묵시키고자 폭군이 고안해 낸 채찍”이란 생각을 지닌 프랑스 혁명정부가 복권제도를 아예 폐지해 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혁명정부가 오래가지 못했듯 복권제도 폐지 또한 그리 길게 가지 못했다.

우리네 복권은 역사는 짧지만 압축성장을 했다. 1969년 주택복권이 처음 등장한 이후로 체육복권, 엑스포복권, 기업복권, 녹색복권 등이 쏟아졌다. 특히 2002년 말에 등장한 로또복권은 기존의 모든 복권을 압도하며 단숨에 복권의 제왕으로 우뚝 섰다. 최근 들어 기세가 조금 꺾인 듯해도 여전히 엄청난 사람들을 매주 복권구매 대열에 동참하게 하고 있다.

복권은 용도 여부를 떠나, 본질적으로 인간의 사행심을 겨냥한 한판 도박이다. ‘고통 없는 세금’이니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수단’이란 혹평도 그래서 나온다. 요즘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 행태를 보면서 복권이 떠올려지는 건 왜일까?

가뜩이나 죽을 쑤는 상황에서 부정불법 선거 논란에 상호비방 추태까지. 도대체 대선을 한판 도박의 복권을 구매하듯 치르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이창곤 논설위원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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