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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홍세화칼럼] 어디까지 추락할 것인가

등록 2007-11-20 18:48수정 2018-05-11 15:59

홍세화 기획위원
홍세화 기획위원
홍세화칼럼
삼성과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우리 시대 성공과 출세의 아이콘이다. 공히 사익 추구의 성공을 바탕으로 나라의 공적 부분을 넘보고 장악하려 한다. 사익을 더욱 창출하기 위해서다. 그들의 유일한 주군인 ‘돈’을 향한 열성과 집념은 전방위적이다. 삼성의 촉수는 청와대, 검찰, 금융감독원, 국세청, 언론, 대학에 이르기까지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돈으로 하수인을 만드는 데 머물지 않고 모든 공적기관에서 악화가 양화를 몰아내는 효과도 거둔다. ‘양화’들은 주변으로 밀려나 패배자가 되고, 삼성은 온갖 불법과 비리를 저지르고도 승리자로 남는다. 위장전입, 각종 투기 의혹에 자녀 위장취업까지 이명박 후보의 치부를 향한 일상 또한 전방위적이고 조건반사적이다. 돈을 주인으로 모신 그가 국민을 주인으로 모시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서고, 삼성이 온갖 비리와 불법을 저지르고도 끄떡하지 않을 수 있는 배경에는 ‘경제’라는 주술이 있다.

경제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인간과 사회를 위한, 인간존재와 인간관계를 위한 것이다. 목적과 수단이 뒤바뀌어 인간과 사회가 경제를 위한 것으로 전락할 때, 돈은 법과 질서 위에 군림하고 인성은 실추되고 인간관계는 파괴된다. 법질서는 본디 명쾌하고 단호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 자조하면서도, 마지막 기댈 곳으로 법과 질서를 포기할 수 없다. 그러나 경제라는 주술은 이미 사회구성원들의 정신을 무장해제시켰다.

오랜 가난은 분단현실과 함께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발판이자 재벌 발흥의 근거였다.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했던 독재권력에 대한 기억은 민주화 과정에서 퇴색해 갔지만 ‘한강의 기적’을 이룬 주역이라 자찬하는 이들에 대한 경배는 더욱 공고해졌다. 독재자를 물리친 시민의식은 ‘경제’ 주역 앞에서 점점 더 작아졌다. 이 변화 속에서 뱀처럼 대처한 삼성은 제국이 되었고, 국민은 ‘자발적 복종’으로, 정권은 ‘적극적 엄호’로 답했다. 삼성의 괴력과 이른바 탁월한 경영능력이란 돈이면 다 되는 세태를 의심하지 않고 십분 활용한 집요함에서 비롯된다.

이회창 후보의 자식 병역문제가 도덕성에 큰 타격을 주었던 지난 대선에 견줘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가 별로 움직이지 않고, 삼성 특검 요구에 거대 여야 정당이 시늉만 보이고 청와대가 딴죽을 걸어 ‘불법·비리를 저질러도 경제만 살리면 된다’라는 논리로 결국 이명박 후보를 돕고 있는데도 공분이 크게 일어나지 않는 것은, 사회 구성원들 대부분이 경제동물로 축소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자리에 있었다면 모두 그들처럼 부정과 비리를 저질렀을지라도 그 부정과 비리를 비난할 줄 알았던 과거에 비해, 오늘은 ‘경제’라는 한마디 앞에서 아예 부정과 비리까지 두둔하게 된 것이다. 이미 장래 희망으로 ‘부자’와 ‘시이오’(CEO)를 꼽는 아이들에게 양심을 따라 살아야 하는 게 아니라고 가르치고, 돈으로 안 되는 것이 없다는 무서운 학습을 시키고 있는 것이다.

‘개혁’정권의 학습효과인 ‘그놈이 그놈’이라는, 그래서 어차피 그 누구에게도 기대할 수 없다는 인식도 한몫 크게 거들었겠지만, 그럼에도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이 사회는 어디까지 추락할 것인가. 인간은 선해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지만 추악해지는 데에는 한계가 없다고 했지만, 과연 더 추락할 데가 있기라도 한 것인가?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민변·참여연대의 활동, 철학자들의 격문은 우리에게 ‘의지로 낙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나아가 사익 추구 집단보다 더 집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홍세화 기획위원

hong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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