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1997년 국민의 정부가 탄생하게 된 데는 단돈 500만원을 들인 노래 한 곡의 힘이 컸다. 당시 김대중 후보 진영에서 택한 선거 로고송은 건강문제를 ‘세탁’하기에 절묘했다. 그해 ‘관광버스 춤바람’을 일으킨 디제이 디오시의 댄스곡을 개사한 ‘디제이와 함께 춤을’은 젊은층의 환심을 업고 후보 이미지를 변신시키는 데 성공했다. 2002년 ‘노무현의 눈물’도 대선 승리의 숨은 공신이다. 노 대통령이 통기타를 잡고 ‘상록수’를 부르며 흘린 눈물 한 방울은 승리의 표로 돌아왔다.
대중음악이 선거 로고송으로 쓰인 것은 미국이 우리보다 앞선다. 가장 치열했던 로고송 일전은 1992년 클린턴 진영에서 사용한 프리트우드 맥의 ‘돈 스톱’(Don’t Stop)과 부시 진영에서 사용한 바비 맥퍼런의 ‘돈 워리 비 해피’(Don’t worry Be happy)의 대결이었다. 결과는 클린턴 승. 불륜과 군대 기피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멈추지 말고 미래를 생각하라”며 베이비붐 세대를 자극한 이 노래가 먹혀들었던 것이다. 84년 당시 레이건 대통령을 재선시킨 로고송도 아이러니하기로 유명하다. 그해 출반된 브루스 스프링스틴 7집 ‘본 인 더 유에스에이’(Born in The USA)는 1년새 천만장이라는 폭발적 판매고를 기록했는데, 레이건 캠페인송으로 채택되면서 베트남전을 비판하는 반애국적인 이 곡이 졸지에 ‘애국 찬가’로 둔갑돼 보수 후보를 당선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일종의 ‘허위광고’가 된 셈이다.
선거 로고송은 대중과 괴리된 정치를 대중음악을 매개로 친근감 있게 밀착시키는 유권자 흡인 도구다. 요즘 잘나가는 원더걸스의 ‘텔 미’에도 각 후보 진영의 구애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허위광고’라는 오명을 받기 꺼렸던 탓일까? 원더걸스한테서 모두 퇴짜를 맞았다는 후문이다. 크리스마스 캐럴과 뒤섞여 들려올 로고송이 대선의 또다른 변수가 될지 ….
권귀순 여론팀장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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