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아침햇발] 이명박, 양극화 외면 안된다 / 이창곤

등록 2008-01-21 20:14

 이창곤/논설위원
이창곤/논설위원
아침햇발
알프레드 마셜은 영국의 경제학자다. 그는 생전에 뜻깊은 말을 했다. “경제학을 공부하는 이라면 먼저 쓰러져 가는 빈민가를 돌아보아야 한다.” 일본 리츠메이칸 대학의 이강국 교수가 여기에 살을 붙였다. “경제학의 목표가 많은 사람을 좀더 잘살게 하는 것이라면, 먼저 가난한 이들을 보고 마음 아파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라고.

오늘날 우리네 경제학과 경제학자들은 어떤가? 시중에는 경제 관련 서적들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 교수 말처럼 빈곤에 대해 진지한 분석과 해법을 모색한 경제서적이나 경제학자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빈곤을 사회구조적 문제가 아닌 개인의 능력과 노력, 선택의 문제로 보기 때문이거나, 성장으로 가난은 저절로 해결된다고 믿는 탓이 클 게다. 정권 인수과정에서 나타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쪽의 움직임을 보면서 떠오른 생각이다.

이 당선인 쪽과 빈곤에 무관심한 상당수 경제학자들의 모습이 겹쳐지고, 이 당선인 쪽이 혹여 사회정책 현안에 대해 숫제 무관심하거나 기본적인 이해조차 없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나만의 상상이나 턱없는 기우일까?

지난 한 달 이 당선인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분주히 움직였다. 경제인들과의 만남, 정부조직 개편, 1차 국정과제 선정에 이르기까지. 하지만 난 그들이 우리 사회의 가난한 이들을 찾아보거나, 빈곤과 양극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진지한 해법을 제시하는 걸 거의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갑자기 우리 사회의 문제 자체가 바뀌거나 없어지는 게 아니다. 문제 해결의 주도적 주체만 바뀌었을 뿐이다. 외환위기 이후 지난해까지 뭇 언론과 말마디나 하는 지식인들이 다투어 언급했던 화두가 빈곤과 양극화, 비정규직 문제였다. 죽어라고 일을 해도 가난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노동 빈곤층은 그 적나라한 모습이다.

국민 열에 한 사람이 최저생계비 이하의 절대 빈곤층이다. 14만 가구가 엄동설한에 가스요금을 못 내 사용중단 위기에 놓였다. 노동부와 보건복지부의 인수위 업무보고에서도, 인수위가 지난주 밝힌 제1차 국정과제에서도, 그리고 이 당선인 본인의 입을 통해서도, 아직 이들의 삶을 끌어 올릴 방안으로 성장 외에 어떤 다른 방안에 대해서 듣지 못했다. 필자의 과문을, 편협한 언론보도를 탓해야 하나.

가난과 양극화, 비정규직 문제 등 사회정책적 현안은 성장과 이에 따른 일자리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성장의 열매가 자동적으로 흘러 내리지 않는다는 건 외환위기 이후 우리 스스로 확인한 교훈이다. 지난 몇 해 경제성장 속에서 늘어난 건 비정규직과 영세 자영업자다. 성장은 있었으되, 그들은 더 가난해졌을 뿐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비정규직에 대해선, 인수위의 제1차 국정과제에서 조기추진 사업도 아닌 검토를 거쳐야 할 추진 사업으로 간신히 한 줄 적혀 있다. ‘30~40%인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회보험 가입률을 높이겠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860만 비정규직 문제 해법이 진정 이것만으로 가능하다고 보는가. 빈곤층에 대해서도, 인수위 1차 국정과제에서 영유아 저소득층 가정에 보육·복지 등 포괄적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내용만 조기추진 사업에 달랑 들어 있을 뿐이다.

더욱이 이 당선인 쪽의 목표대로 6%, 아니 7%의 경제성장을 이뤘다고 하자. 가진자들은 더 배부르고, 가난한 이들은 더 가난해지는 양극화 속의 성장이라면, 이를 진정 성장이라고 할 수 있나? 가난과 양극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이 당선인 쪽의 좀더 진지하고 분명한 해법을 듣고 싶다. 그런데 진정 있기는 있는 건가?

이창곤/논설위원 gon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