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곤 논설위원
유레카
카사노바, 스탈린, 톰 크루즈, 세 사람의 공통점은? 한때 사제를 꿈꾼 신학도였다는 점이다. 이 무리에 드는 또 한 사람의 유명인이 있다. 미국의 기록영화 감독 마이클 무어다. 앞의 세 사람과 달리, 그가 신학교를 그만둔 이유는 황당하다. 1967년 고향에 있는 신학교에 입학한다. 하지만 이듬해 학교를 떠난다. 좋아하는 야구단이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는데, 신학교에서 경기관람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아 무어의 황당 행보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대학 시절, 하루는 학교에 차를 몰고 갔는데 주차장을 찾지 못하자 그길로 학교를 때려치웠다. 자동차 공장에 취직해 놓고선 첫날 병가를 낸 뒤 다시는 돌아가지 않기도 했단다.
오는 3월부터 무어의 또다른 문제작 <시코>가 한국에서 개봉된다. 이 영화는 미국의 의료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한다. 영화는 돈이 없어 의료보험을 들지 못하거나 보험사의 농간 때문에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미국의 의료 현실을 고발한다. 미국에선 지난해 여름에 상영돼 큰 사회적 파장을 낳았다.
진보적 성향의 보건 및 시민단체의 모임인 의료연대회의가 이 영화보기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고 한다. 그 배경은 이명박 차기정부의 의료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아직 이 대통령 당선인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이를 두고 구체적으로 언급한 바는 없다. 하지만 당선인의 공약과 인수위 내부 의견 등을 짚어보면, 정책 방향의 대강은 ‘시장친화적 의료체계 기반 강화’로 뭉뚱그려진다. 민간 의료보험 확대·강화, 영리법인 병원 설립 허용, 기업도시 안 외국 의료기관 설립 허용 등이 그것이다. 문제는 이런 방향이 현실화할 경우 보건의료의 영리화와 건강 양극화를 낳아 마침내는 우리도 <시코>와 같은 현실에 부닥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나라의 참모습은 실상 의료체계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이창곤 논설위원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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