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세화 기획위원
홍세화칼럼
촛불이 세상을 밝힌다. 공익 추구의 소명을 가진 신문을 사익 추구의 수단으로 삼은 ‘조중동’ 족벌자본의 실체를 밝히고, 국민을 속임수와 꼼수로 대하는 이명박 정부의 실체를 밝힌다. 가령 이명박 대통령은 6월19일에 가진 ‘2차 사과문’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 연내 처리를 위해 미국산 쇠고기 개방을 밀어붙였다는 점을 시인했다. 그동안 미국산 쇠고기 개방과 한-미 에프티에이(FTA)의 연계설을 부정해온 대통령과 정부라면 먼저 국민을 속였던 점부터 시인하고 사죄했어야 마땅했다. 물론 그런 일은 없었다. 진정성을 기대할 수 없는 정권이라면 국민의 신뢰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스스로 “90점짜리는 된다”고 추켜세우는 추가협상의 내용을 하나하나 따지지 않더라도 협정 본문을 단 한 자도 고치지 않은 채 추가 부칙으로 협정 내용의 기본틀을 바꿀 수 있으며, 그렇게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고 보는 것 자체가 속임수나 꼼수에 능한 자의 발상이다. 재협상을 못하는 것인가, 안 하는 것인가? 실상 국민 절대다수가 요구하는 재협상을 끝까지 외면하고 추가협상을 고집하는 것은 소수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명박 정부의 성격 없이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50일 넘게 계속되는 촛불이 밝혀내고 있는 게 바로 이 점이다. 내각 구성이나 학교자율화 조처, 그리고 대운하 계획과 의료ㆍ물의 사유화, 공기업의 사기업화를 통해 보여준 소수 가진 자들을 위하는 이명박 정권의 성격을 촛불이 더욱 환히 들춰내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한-미 에프티에이 쪽으로 전환해 촛불 국면을 돌파하려는 듯하다. 미국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 후보가 한-미 에프티에이, 그 중에서도 자동차 조항에 문제를 제기한 사실에 대해 “거 봐라, 한-미 에프티에이가 한국에 유리하다는 점을 보여주지 않는가?”라고 주장하면서. 그러나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한-미 에프티에이는 양국 자본을 위한 것이지 노동자와 농민, 서민을 위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오바마는 그래도 미국 노동자들의 이익을 대변하여 그렇게 발언하지만 한국의 위정자들은 자본과 재벌한테서 떡값 받고 체제에 기생하는 사회귀족의 이익을 대변한다. 물론 입으로는 국민을 섬긴다고 말한다. 하지만, 초등학교 산수만 알아도 빈익빈 부익부의 사회양극화를 해소하지 않은 채 ‘한-미 에프티에이가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주장’이 속임수라는 것은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 없이 사회양극화 해소가 가능하지 않다는 점도 알 수 있을 터인데, 위정자들에게 이랜드 뉴코아, 기륭전자, 케이티엑스(KTX) 승무원을 비롯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 아무리 보수세력이 집권했다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같은 사회구성원을 끝까지 ‘나 몰라라’ 하는 나라는 찾기 어렵다.
이명박 정부가 섬기는 대상이 따로 있듯이 돌보는 세력 또한 따로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와이티엔(YTN), 한국방송(KBS)에서 보듯 공영방송 장악 시도를 노골적으로 진행 중이다. 소수 집단의 사익 추구가 아니라면 이와 같은 전방위적인 언론 공공성 침해 기도를 설명할 수 없다. 이런 게 국민에게 사과한다며 고개 숙인 정부의 실제 모습인데, 마침내 누리꾼들의 자발적 광고 압박운동으로 위기를 맞은 ‘조중동’을 위해 검찰이 나섰다. 김경한 법무장관의 지시에 따라, 사회정의와 공익을 지켜야 할 검찰이 사익추구 족벌을 위해 동원된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의 촛불이 꺼지길 기대한다면 후안무치도 유분수다.
홍세화 기획위원hong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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