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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현직 대통령, 전직 대통령 / 김종철

등록 2008-07-15 20:06

김종철 논설위원
김종철 논설위원
유레카
부시 현 정부의 초대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에리 플라이셔는 2002년 초 한 브리핑에서 “중동 폭력 사태가 부시 취임 이후 더 늘지 않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그는 “그렇지 않다”고 부인하는 데서 한발 더 나갔다. “폭력 사태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에 대해 살펴보면 마치 달을 따려는 듯이(shoot the moon) 분명히 얻지 못할 것을 억지로 요구하는 경우에 더 많은 폭력이 초래된다”고 말한 것이다. 언론이 이를 놓칠 리 없었다. 플라이셔는 본의 아니게 전임 클린턴 행정부의 2000년 중동 평화협상을 ‘달을 따려는’ 것으로 비판하고 공격한 꼴이 됐다.

파문이 커지자, 당시 대통령 안보보좌관이던 콘돌리자 라이스가 “클린턴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은 부시의 방침이 아니다”며 플라이셔에게 발언을 취소할 것을 ‘조언’했다. 결국, 플라이셔는 성명을 내 “부시 대통령은 클린턴 전 대통령의 노력을 지지한다”며 공식 사과했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퇴임을 앞둔 1992년 말 이란-콘트라 사건으로 기소됐던 캐스퍼 와인버거 등 6명을 사면했을 때였다. 사면권 남용, 막판 자기 사람 감싸기라는 비판이 빗발쳤다. 클린턴 당선자는 반대 의견을 피력하라는 주변의 ‘압력’을 뿌리치고 현직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그는 회고록에서 “나라가 분열보다는 통합되기를 바랐으며, 부시는 수십 년 동안 조국을 위해 봉사한 만큼 그가 평화롭게 퇴임하도록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가 기록물 사본 보관과 관련해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불법 유출’이라며 연일 공격하고 있다. 불법 여부를 떠나 현직 대통령 쪽이 퇴임한 전직 대통령을 때리는 모습이 보기 흉하다. 아버지 부시와 클린턴은 지금도 ‘가장 좋은 친구’라고 서로 치켜세울 정도로 친하다.

김종철 논설위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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