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우 기자
유레카
‘1인 미디어’ 블로그의 활약은 이젠 새로운 얘기도 아니지만, 블로그가 과학 미디어에서도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는 소식은 눈에 띈다. 전문가와 대중을 잇는 일이 미디어의 역할 중 하나라고 흔히 얘기됐는데, 전문가가 직접 대중과 소통하면서 이런 틀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과학저널 <네이처>가 지난달 ‘올드 미디어 밀어내기’라는 기획기사에서 전한 과학 블로그와 저널리즘의 현주소는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를 보여준다. 미국에선 과학 저널리즘 전성기에 90여개나 되는 신문들이 과학 섹션을 따로 둘 정도였다. 그런데 몇 년 새 위세가 꺾였다고 한다. 경영난으로 과학 섹션을 없애는 신문이 늘고 신문에 글을 쓰는 저널리스트는 크게 줄었다. 사정은 덜하지만 유럽에서도 비슷한 추세다.
반면에 과학자 블로그는 상승세다. 연구실의 과학자들이 블로그에 과학 글쓰기를 하는 일이 늘면서, 인기 높은 블로그는 한 주에 50만건의 열람 기록을 세웠다. <네이처>, <디스커버>, <와이어드> 같은 전문매체들은 과학자들의 블로그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나섰다. 물론 과학 블로그가 저널리즘을 대체할 수 있느냐는 큰 논란거리지만, 전문가 지식에 의존해야 하는 저널리즘의 영향력은 줄었다. 저널리즘이 홍보자료에 기대는 일도 잦아져 비평 수준이 예전 같지 않다는 진단도 나온다.
6월 말 영국에서 열리는 ‘과학 저널리스트 세계회의’의 누리집(wcsj2009.org)에서도 이런 변화가 감지된다. 회의 주제들을 보면 뉴 미디어와 위기라는 말이 도드라진다. 그러면서도 자칫 과장과 찬사로 흐를 수 있는 과학 홍보를 경계하고 비평의 안목을 다시 묻는 주제들도 많이 눈에 띈다. 저널리즘이 위기의 시대에 자기 정체성을 되묻는 의식적 노력처럼 보인다. 아니, 새로운 미디어 생태계에서 저널리즘이 제구실을 하고는 있는지 묻는 반성이기도 하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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