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우 기자
유레카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지구촌을 긴장시키고 있다. 대유행 인플루엔자에 견줘 사망률은 낮다 해도 전체 감염 규모가 커지면 피해는 덩달아 늘어나니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독성을 더 높인 바이러스로 변이를 일으킬 수도 있으니 여전히 1급 경계 대상이다.
지구상에 바이러스는 언제 출현했을까? 핵산과 단백질 분자만으로 놀라울 만큼 간단한 구조를 갖춘 바이러스는 유전과 증식 능력을 갖춰 생물체 같기도 하고, 생물의 기본단위인 세포가 없어 무생물체 같기도 하다. 바이러스의 기원과 관련해선 여러 가설이 있다. 먼저 세포 안에 있던 디엔에이나 아르엔에이 조각들이 감염과 증식 능력을 갖춰 세포 밖으로 탈출한 게 바이러스라는 설이 있다. 애초엔 숙주 세포에 기생하는 작은 세포였는데 점차 기생에 필요한 부분만 남기고 다른 기능은 숙주 세포를 이용하는 쪽으로 진화해 생겨났다는 설도 있다. 물론 세포와 바이러스가 따로 생겨나 함께 진화했다는 설도 있다.
구조가 원시적이란 점에서 바이러스의 역사가 세포의 역사보다 더 오래됐다는 설도 가능하다. 생물이 안정된 겹가닥 디엔에이 구조를 사실상 표준으로 삼는 데 견줘, 바이러스는 겹가닥이건 홑가닥이건 디엔에이건 아르엔에이건 여러 방식을 취한다는 점도 원시의 흔적으로 여겨질 만하다.
2003년 거대 몸집을 한 신종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바이러스 세계에서는 매머드 정도나 될 만큼 덩치 큰 이 바이러스는 ‘미미바이러스’라는 이름을 얻었다. 지난달엔 미미바이러스 구조를 분석한 후속 연구가 발표됐다. 연구자들이 ‘세포와 바이러스의 중간단계’ ‘잃어버린 연결고리’로도 부르는 이 바이러스가 세포와 바이러스의 진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새 단서가 되리라는 기대도 나온다. 우리가 몰랐던 바이러스와 세포의 새로운 관계가 드러날까?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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