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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집단 기억 / 오철우

등록 2009-05-31 21:51

오철우 기자
오철우 기자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짧은 유서의 담담함은 오히려 처연한 슬픔을 더해준다. 그토록 견디기 힘들다 했던 현실을 어찌 이리도 감쪽같이 감추고 담담히 말할 수 있을까. 유서는 짧지만, 놀라울 만큼 많은 댓글들이 이어졌다. 조의록과 노란 리본, 온라인에선 헤아릴 수 없는 글들이 떠난 자와 남은 자의 슬픈 소통이 됐다. 갖가지 기억들이 그를 불러냈다. 사람 사는 세상, 탈권위, 민주주의, 인권, 그리고 서민 대통령, 바보 대통령…. 개인 기억들은 씨줄과 날줄이 돼 현대사에 또 하나의 집단 기억을 아로새긴다.

고통이건 희망이건 집단 기억은 늘 역사에서 그 시대 사회상을 반영했다. 역사에선 불온한 권력이 조작한 집단 기억도 있었지만, 지난주에 추모 공간에서 우리가 본 것은 방방곡곡 민초들이 새겨낸 집단 기억이다. 기억하려는 이들의 꿈과 절망, 슬픔과 분노가 집단 기억을 조각해냈다. 무엇이 이런 집단 기억을 불러냈을까? 우리 사회가 답해야 할 숙제다. 그것은 얻은 것에 대한 ‘성취의 기억’이 아니라 잃은 것에 대한 ‘상실의 기억’이다. 상실의 상처를 안겨준 무엇 또는 누군가에 대한 기억이다. 사람의 기억엔 늘 공간과 시간이 중요한 상징이 되듯이, 봉하마을은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던 공간으로, 부엉이바위는 비극의 현장으로 기억된다. ‘5·23’은 1주기, 2주기를 거듭하며 어떤 기념일로 남을까?

지난 금요일, 남은 이들의 갈래갈래 마음은 “기억하겠습니다”라는 한마디로 요약된다. 제16대 대통령 노무현(1946~2009)에 대한 집단 기억은 기억과 망각, 그리고 새 기억들이 뒤섞이며 흐르는 역사가 될 것이다. 기억을 멋지게 갈고닦는 일은 기억하려는 이들의 몫이다. 떠난 그가 위안받을 수 있게, 그래서 결국 남은 우리가 위안을 받을 수 있게.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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