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우 기자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가 발사된 1957년 이후 태어난 시인 50명이 ‘2009 세계 천문의 해’를 맞아 별과 우주를 노래하는 시를 지어 <별은 시를 찾아온다>(민음사)를 냈다. 밤하늘을 바라보는 시심을 담았다. “나의 꿈은 망원경의 지휘에 따라/ 우주에서 가장 황홀한 춤을 춥니다”(차창룡 ‘나의 꿈’)
‘황홀한 춤’만이 묻어나는 건 아니다. “하루를 탕진하고/ 별을 본다/ 후후 불면 숯불처럼 살아나거라”(장석남 ‘북쪽 하늘 별 옮겨 앉듯’), “가슴에 묻은 것들만/ 하늘에 이만 총총 이만 총총/ 다락처럼 글썽이지/ 이제 곧 함박눈도 피어날 거야”(정끝별 ‘별들의 경사’), “시간이 차곡차곡 채워져서 폭탄에 이른다/ 일 초는 일만 년의 폭발/ 순간은 영원을 뇌관으로 타들어가는 심지”(김언 ‘빅뱅’) 동화, 추억, 희망, 외로움, 우주론의 상상, 쉰 가지 빛깔이 저마다 시심을 가로지른다.
시와 천문학의 만남은 시인과 과학자의 만남이며, 시의 언어와 과학 언어의 만남이다. 이렇게 시와 과학이 마주쳤던 적은 지난 역사에서 더 자주 있었다. 일례로, 19세기 영국 시인 앨프리드 테니슨은 과학을 공부하고 자연과 과학을 노래하는 시를 많이 남겼다. ‘과학의 시인’으로 불리기도 했다. 시에는 당대 천문학과 진화론의 학설들이 담겼고, 또한 무심한 거대 자연 안에 놓인 인간의 존재가 담겼다. 그는 새 시대의 성찰을 반영한 시인으로 예찬됐으며 낭만의 전통에서 벗어난 시인으로 낮추 평가되기도 했다.
최근엔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 이어 인간 게놈을 소재로 문학을 창작하자는 이색적인 ‘휴먼 장르 프로젝트’(humangenreproject.com)가 온라인에서 진행되고 있다. 문학의 상상력과 과학의 상상력은 얼마나 다르고 얼마나 같을까? 문학과 과학의 만남이 또다른 언어 상상력을 자극한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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