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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위생의 역설 / 오철우

등록 2009-10-04 17:58

오철우 기자
오철우 기자
신종 플루가 지구촌에 큰 근심을 던져주면서 이제 손 씻기는 안전을 위한 위생 수칙이 됐다. 유치원생 딸아이는 오늘 하루 열 몇 번이나 손 씻기를 했다며 은근히 칭찬을 바란다. 위생이 더욱더 중요해진 요즘, 과학뉴스 하나가 ‘위생의 역설’을 생각하게 한다.

최근 영국 노팅엄대학 연구팀이 베트남 농촌 학생 15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십이지장충 같은 장내 기생충에 감염된 아이들한테는 천식이나 알레르기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으며, 약을 먹어 기생충을 박멸한 뒤엔 집먼지진드기에 대한 알레르기 위험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영국 <비비시방송>이 최근 보도했다.

기생충이 우리 몸 숙주에 기생하며 주로 부정의 영향을 끼치지만 천식과 알레르기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지나친 면역 반응’을 억누르고 적절한 면역 균형을 유지하는 데 긍정의 구실도 한다는 게 연구자들의 설명이다. 이른바 ‘기생충 가설’이다. 위생이 발달한 도시일수록 천식과 알레르기가 많은 이유를 설명해준다. 물론 ‘가설’ 딱지가 붙은 건 다른 연구 결과도 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서 이뤄진 연구에선 기생충을 없앴더니 이 가설과 달리 천식 증세가 개선됐다는 보고도 있다.

‘위생 가설’이란 것도 있다. 우리 면역계가 강해지려면 외부 자극이 필요한데, 위생이 지나치다 보면 어린 시절에 감염의 기회가 지나치게 줄어들어 면역력 약화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생 수칙은 당장 눈앞에 등장한 위험한 바이러스·세균을 물리치는 현대인의 안전생활 미덕이 됐지만, 긴 시간의 관점에서 보면 야생에 맞서는 몸을 허약하게 만드는 일이 되는 셈이다. 신종 플루가 걱정돼 딸과 함께 오늘도 열심히 손을 씻으면서, 한편으론 위생의 역설을 생각하고, 또한 간단히 설명할 수 없는 생명현상의 복잡성을 떠올린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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