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우 기자
외계 생명체를 얘기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것 중에 ‘페르미 패러독스’가 있다. 1950년 미국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1901~54)와 동료 학자들이 어느 모임에서 우연히 ‘외계 문명은 존재할까’라는 물음을 유쾌한 과학적 상상력으로 푸는 과정에서 생긴 역설을 말한다.
이 모임에선 우리 은하에는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별과 행성이 있으니, 개중엔 생명체가 살 만한 행성도 충분히 많을 테고 또 개중엔 고등 문명을 이룬 행성도 충분히 많다는 가설이 방정식 계산으로 도출됐다. 우리와 통신할 수 있는 고등 문명도 꽤 많다고 보는 게 합당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론 어떨까? 지금껏 외계 문명의 신호가 수신된 적은 없다. 페르미는 “(외계 문명 가설이 맞다면) 그들은 어디에 있는 거지?”라는 물음을 던졌고, 이 말은 이론으론 외계 문명이 존재하지만 실제론 볼 수 없다는 ‘페르미 역설’로 유명해졌다.
영국 물리학자 스티븐 웹은 <모두 어디 있지?>에서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쟁과 과학적 근거를 50가지로 정리했다. 큰 물음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외계 생명체는 있거나 있었는가? 우리가 증거를 찾지 못할 뿐인가? 아니면 인류는 정말 외톨이의 지적 생명체일까? 지구 닮은 외계 행성들도 잇따라 발견되고 우주생물학이란 분야도 생겼지만 역설은 여전히 유효하다.
‘세계 천문의 해’를 마감하며 국내에서도 외계 지적 생명체를 탐색하는 세티(SETI) 코리아 조직위원회가 출범했다. 서울·울산·제주의 전파망원경 관측망을 가동해 우주 어디에선가 날아올지 모를 외계 전파를 탐색하는 활동을 한다. 방대한 전파 데이터를 분석하는 원격 컴퓨터망엔 일반인 컴퓨터도 간단한 프로그램만 설치하면 참여할 수 있다. 세티는 역설에 담긴 원초적 호기심을 얼마나 풀어줄까?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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