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성감대는 언제나 논쟁적 문제였다. ‘신비의 성감대’로 알려진 지스팟(G-Spot)이 대표적 예다. 1950년 이 부위를 발견한 독일 산부인과 의사 에른스트 그레펜베르크의 이름을 딴 용어다. 처음엔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1981년 이후 미국 베벌리 위플 박사 등의 임상연구가 본격화되며 그 존재가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오랜 세월 여성들이 성적 쾌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억압돼온 점을 떠올리면, 지스팟 논의가 여성들의 성생활을 공개적 담론의 장으로 끌어내는 구실을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를 느끼지 못하는 여성들이나 성 파트너들의 박탈감을 부추겨온 측면도 있다.
지스팟의 존재 여부가 다시 한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영국 런던킹스칼리지 연구팀은 23~83살의 일란성 또는 이란성 쌍둥이 여성 18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스팟이 ‘아예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최근 발표했다. 연구진은 유전자가 똑같은 일란성이나 그 확률이 50%인 이란성 어디에서도 지스팟 유무에 대한 특별한 패턴이 나타나지 않았다며 “여성의 주관적 의견일 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를 이끈 앤드리아 버리 박사는 “지스팟이 없다고 불안해하는 여성들의 부적격감이나 좌절감을 없애주고 싶었다”며 “한 번도 검증된 적 없는 실체의 존재를 주장하며 여성들, 또 남성들에게 압박감을 주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위플 박사는 “이번 연구는 쌍둥이의 성적 파트너가 동일인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등 허점이 많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적어도 성감대나 성적 희열감이란 몹시 ‘주관적인 문제’이지 남들과 비교할 게 아니라는 사실은 다시 확인된 셈이다. 지스팟 수술 광고가 여성지나 인터넷을 빈번히 장식하는 우리 사회에선 그 의미를 되새겨봄 직하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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