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식 논설위원
정부가 세종시 수정을 밀어붙이자, 그럴 바에는 세종시라는 이름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부 수정안이 ‘행정 중심’ 기능을 폐지해 도시의 본질적 성격을 바꾸는 것인 만큼, 애초의 작명 취지가 실종됐다는 논리다. 정치권에선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주장한다.
세종시 명칭은 2006년 12월 행정도시건설추진위원회(위원장 한명숙 총리)가 국민 공모를 거쳐 결정했다. 당시 위원회는 ‘세상(世)의 으뜸(宗)’이란 뜻풀이가 나라의 중심인 행정도시에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또한 역사적으로 높이 평가받는 임금의 시호를 붙여 민족 자긍심을 높인다는 뜻을 담는다고 밝혔다. 도시에 사람 이름을 붙이는 것은 우리나라에선 세종시가 처음이었다.
외국에선 사람 이름을 따서 도시 이름을 짓는 사례가 흔하다. 상황 변화에 따라 도시 이름을 바꾸는 일도 간혹 있다. 러시아 제2의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지금의 이름으로 부르다가 1914년 페트로그라드로 개칭했고, 1924년 레닌이 죽자 그를 기념해 레닌그라드라 불렀다. 그 뒤 1980년대의 개방화가 진전되면서 1991년 제정 러시아 때 이름인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되돌아갔다. 볼가강 하류 공업도시인 볼고그라드는 처음에 차리친(예카테리나 여왕의 도시)이라 불렀고, 1925~1961년까지는 스탈린그라드(스탈린의 도시)라 불렀다. 세종시 이름을 바꾼다면 무엇으로 해야 할까?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이명박시로 바꾸자고 주장한 적이 있다. 이 대통령의 강력한 수정 의지에 무게를 둔 접근법이다. 대신에 단종시라고 하는 것은 어떨까? 세종시가 행정중심 도시라는 본연의 구실을 해보지도 못하게 되는 사정을 반영하자는 것이다. 조선 제6대 임금(재위 1452~1455)인 단종은 어린 나이에 즉위해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결국 죽임을 당했다.
박창식 논설위원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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