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식 논설위원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텔레비전 토론이 시작됐다. 이를 통해 판세가 어떻게 바뀔지 궁금하다. 그런데 송종길·박상호의 2009년 논문 ‘17대 대통령 후보 텔레비전 토론이 유권자의 태도 변화 및 투표행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보면 토론은 유권자의 태도를 바꾸기보다는 기존 태도를 강화해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학자는 2007년 12월 중 세 차례의 대선후보 토론과 대선투표를 전후해 유권자 패널 조사를 연속적으로 실시했다. 그 결과 유권자들은 첫번째 토론에서 지지후보를 결정한 뒤, 이어진 토론들을 보고도 태도를 바꾸기보다는 기존 태도를 죽 굳혀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그 기제는 이렇게 설명될 수 있다. 유권자들은 토론이나 연설을 시청할 때 좋아하는 후보가 나오면 채널을 고정하지만 싫어하는 후보가 나오면 아예 채널을 돌려버리는 ‘선택적 노출’을 한다. 싫든 좋든 해당 채널을 보게 됐을 때도 좋아하는 후보의 연설 내용은 공감하면서 경청하지만 싫어하는 후보의 연설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선택적 집중’을 한다. 이어 좋아하는 후보가 말한 내용은 지지하고 싫어하는 후보가 말한 내용은 그 자체를 부정하거나 평가절하하는 ‘기존 신념의 강화’ 과정을 거친다. 후보들도 이런 원리를 나름대로 이해하고 있다. 이에 따라 토론에서 상대의 논점에 끌려가기보다는 자신한테 유리한 쟁점을 부각시키려고 애를 쓴다. 그게 자신의 지지자를 결집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전 <한국방송>은 서울시장 후보 토론에서 세종시, 일자리 창출, 도시경쟁력 강화 방안은 의제로 넣고 야당이 제기하는 무상급식, 보육과 복지, 주거 등은 빼자고 제안했다. 여당 지지자 위주로 결집 효과를 낼 만한 턱없는 발상이었다. 비판을 받고 계획을 바꾼 게 야당 후보들로선 그나마 다행이었다. 박창식 논설위원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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