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 지원 예산내역
재정자립·일자리창출 위주 평가
중장기적 관점의 경영 어렵게 해
소득·복지가 주민에게 환원되게
정책주체를 지방정부로 바꿔야
중장기적 관점의 경영 어렵게 해
소득·복지가 주민에게 환원되게
정책주체를 지방정부로 바꿔야
[싱크탱크 맞대면] 사회적 기업 활성화 어떻게
일반 기업보다 높은 비정규직 비중, 정부인증 3년을 맞으면 돌아오는 해고의 압력. ‘좋은 일도 하면서 돈도 버는 기업’이라는 사회적 기업의 실태다. 왜 이런 문제가 생겼을까?
장애인을 고용해 쿠키를 만드는 사회적 기업 ‘위캔’은 최근 11명의 직원을 떠나보내야 했다. 취업취약계층 고용에 대해 3년 동안 주어지던 정부 인건비 지원이 끊기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일반 기업보다 높은 비정규직 비중. 정부인증 3년을 맞으면 돌아오는 해고의 압력. ‘좋은 일도 하면서 돈도 버는 기업’이라는 사회적 기업의 실태다.
사회적 기업에 왜 이런 문제가 생겼고,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우리의 결론은 중앙정부에 의한 경직된 지원 시스템이 사회적 기업의 중장기 관점 경영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이 지원 시스템이 사회적 성과를 감안하지 않은 채 재정 자립을 강요하게 만들고, 그래서 위캔 같은 문제가 생겨난다. 이 지원 시스템이 바뀌어야 현재의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정책 주체를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과감하게 바꾸고, 정책 목표를 일자리 창출에서 대안적 경제 체제 구축으로 크게 넓혀야 사회적 기업이 원래의 가치를 꽃피울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기업을 둘러싼 문제는 세 가지를 주로 지적할 수 있다.
첫째, 노동자의 어려움이다. 사회적 기업의 정규직 비중은 43%에 지나지 않는다. 일반 기업의 65%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1인당 임금도 월평균 106만원 수준으로 매우 낮다.
사회적 기업의 고용불안은 역설적으로 정부 인건비 지원 정책 탓이다. 사회적 기업이 취약계층을 고용하면 인건비를 지원하는 ‘사회적 일자리 사업’은 한 기업에 3년 이상 지원되지 않는다. 그것도 1년마다 재심사를 거쳐 지속 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니 사회적 기업 입장에서는 1년 미만의 비정규직 고용계약을 맺게 되고, 지원이 끊기면 많은 종사자들이 다시 실업 상태에 놓이게 된다.
둘째, 경영자의 어려움이다. 인증 사회적 기업의 연평균 총수입은 9억1천만원인데, 이 가운데 매출액은 6억6천만원, 정부 지원금이 2억5천만원이다. 정부 지원금이 수입의 28%를 차지한다. 장애인, 보육, 교육 등 공공성 높은 분야는 지원금 비중이 더 높다. 전체 수입의 30% 가까이가 1년 뒤를 보장받지 못하는 한시적인 것이라면, 아무리 훌륭한 경영자도 단기 성과에 초조하게 매달리게 된다. 중장기적 관점의 경영활동을 펼칠 의지도 여력도 매우 작아지게 마련이다.
비용 구조를 보면, 사회적 기업 경영자의 어려움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1인당 평균 인건비가 매출액이 3분의 2 수준으로, 대부분의 수입이 인건비로 지출되는 경직적 구조다. 이런 구조에서는 경영자가 사업을 구상할 수 있는 여력이 거의 없다. 게다가 사회적 기업 정책에 사회적 기업 경영자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통로는 마땅치 않다. 사회적 기업계의 전경련이나 대한상의라고 할 수 있는 ‘한국사회적기업협의회’가 있지만, 그 위상을 인정받지 못한다. 사회적 기업 경영자는 감독의 대상으로만 취급된다. 경제개발계획 시대의 산업정책처럼 퇴행적이다.
셋째, 창출하는 가치의 어려움이다. 현재 사회적 기업 성과는 단순히 일자리 개수와 매출만으로 재단된다. 교육, 보육, 간병 등의 사회서비스가 제공된다고 하나, 이런 사회서비스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필요한지, 또 사회적 기업이 얼마나 제공하고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사회적 기업의 진단과 평가는 중앙부처의 몇몇 정책실무자들과 외부 전문가에게 맡겨졌다. 지역마다, 사회적 기업마다의 매우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이들이 모두 인식하기는 어렵다. 그렇다 보니 측정이 어려운 다양한 사회적 가치는 배제되고, 측정이 쉬운 일자리 개수와 재무적 자립만을 잣대로 사회적 기업을 평가하는 기묘한 관행이 생겼다.
사회적 기업 스스로도 재정 자립 압박 탓에,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를 집계해 공개하지도 못하고 있다. 이러다가는 최근 사회적 기업이 영리 기업에도 미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게 될지도 모른다. 영리 대기업 상당수는 최근 사회책임경영을 강조하면서, 사회적 성과를 정의해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로 공개하고 있다.
그럼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지방자치단체가 각각 사회적 기업을 보는 독자적 프레임을 갖는 정책 주체로 자리잡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은 그 사회적 가치에 기반해 발굴, 육성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사회적 가치는 지역과 업종마다 그 맥락에 맞게 다양하게 정의돼야 한다. 중앙정부가 나서면 결국 천편일률적인 평가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다. 일자리 개수와 재무적 자립이라는 기존 틀을 벗어나기 어렵다. 지자체가 독자적 정책 프레임을 가져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책 주체뿐 아니라 정책 목표도 바뀌어야 한다. 개별 사회적 기업 직접 지원을 통한 재정적 자립을 추구하는 현재의 정책 방향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일단 ‘자립’을 좀더 폭넓게 정의하고, 시장과 상충되는 사회적 가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재무적 자립만을 강조하면, 사회적 기업들이 정작 사회적 가치를 담은 인력과 사업을 줄이게 될 것이다. 사회적 기업을 위해 법을 만들고 예산을 쏟아 붓고 전문가들이 붙어 수년간 노력한 결과, ‘사회’는 사라지고 ‘기업’만 남게 된다면, 그건 비극이면서 또한 희극이다.
또 개별 사회적 기업을 지원해 자립시키는 대신, 사회적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는 대안적 경제환경, 즉 사회적 경제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정책목표를 틀어야 한다. 사회적 가치 클러스터를 구축해 생산 시스템을 강화하고, 윤리적 구매활동을 촉진해 고객을 만들어 주고,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는 금융 시스템을 구축해 투자자를 육성하는 일이 여기 속한다.
정책 당국뿐 아니라 사회적 기업 스스로도 사회적 성과 제고를 위해 할 일이 많다. 비전과 미션을 재점검하고, 이해관계자와의 대화를 이어가고,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등을 통해 추구하고 달성한 사회적 성과를 공개하고 평가받아야 한다.
여전히 사회적 기업은 미래 경제의 희망이다. 고용과 복지 없는 현재 경제성장 모델의 문제점을 대체하는 새로운 경제를 구축하는 한 축이다. 지자체들은 국책사업이나 대기업을 지역에 유치해 봐도, 외형은 커지지만 성과는 외부로 유출되어 버리는 경험을 이미 오래도록 해왔다. 소득과 복지가 주민에게 돌아가는 지역순환형 지역경제 활성화 방법이라는 큰 틀 안에서 사회적 기업을 봐야 한다.
사회적 기업은 지금 간신히 그 싹은 틔웠으나, 바람 앞의 등불이다. 그렇다고 다그치거나 화학비료를 투입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물을 주고 햇볕을 쪼여야 한다. 그들이 자라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지자체가 중심이 되어 사회적 경제를 구축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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