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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귀 / 이재성

등록 2010-08-02 22:52

이재성 기자
이재성 기자
노자는 귀가 컸다. 노자의 성은 이(李), 이름은 이(耳)이고, 자는 담(聃)이다. 스스로 붙인 이름 ‘담’은 귀가 커서 어깨까지 늘어졌다는 의미로, 이름과 자가 모두 귀와 관련돼 있다. <삼국지>의 유비도 귀가 크기로 유명하다. 삼국지의 ‘촉서 선주전’은 “유비는 독서에 별 취미가 없었다. 키는 7척5촌(약 172㎝)이었으며, 두 손은 무릎 아래까지 닿았다. 특히 두 귀가 어깨까지 늘어져 있어 자신의 귀를 볼 수 있을 정도였다”고 소개한다. 유비는 능력이 없는 사람이었지만, 큰 귀로 두루 듣고 넓은 마음을 가져 결국 촉나라의 왕이 됐다.

기원전 1세기 무렵까지만 해도 석가여래상의 귀는 보통사람과 비슷했다. 그런데 그 이후에 만들어진 불상은 귀가 엄청나게 크다. 귀가 크다는 것은 백성의 소원(민원)을 잘 듣는다는 뜻이다. 불교가 대중화하면서, 백성들의 바람이 불상의 귀를 크게 만들었을 것이다. 중국인들이 미륵불의 화신으로 여기며 가장 사랑하는 포대화상의 귀도 어깨에 닿을 만큼 크다.

한자에서 귀는 정신이 깨어 있음을 뜻한다. 귀 이(耳) 변을 쓰는 비출 경(耿), 즐길 탐(耽), 깨달을 령(聆) 등은 모두 영민한 정신활동을 나타내는 한자들이다. ‘성’(聖) 자는 귀(耳)와 입(口)과 왕(王)이 합쳐져 지혜의 정수를 가진 자, 성인을 뜻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7·28 재보선 승리 이후 더 강력한 귀마개를 착용하기 시작한 것 같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결정하는 중대한 공사인 만큼 신중한 검토와 토론을 해보자는 야당 자치단체장들에게 4대강 공사를 할 건지 말 건지 택일하라고 최후통첩을 했다. 남한강 이포보 상판 위에서 농성중인 환경운동가가 중이염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한다. 그의 귀에 흐르는 고름이 이 정권을 중병에 들게 하기 전에 귀마개를 빼고 민심을 경청하라고 요구하는 건 정녕 ‘우이독경’ 같은 짓일까.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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