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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인생 2모작’ 위한 대책마련 시급

등록 2010-12-13 08:50

[싱크탱크맞대면] 고령화시대 고용대책은|헤리의 눈

송년회 농담에도 세태가 묻어 있다. 올해도 역시 중·노년 남성을 놀리는 농담이 빠지지 않는다. 그중 하나는 아내에게 맞은 뒤 아침부터 공원에 나와 신세 한탄한다는 이야기. 40대 아저씨는 아내에게 ‘어디 가냐’고 물어봤다고, 50대는 ‘따라간다’고 했다고, 60대는 나가지 않고 집에만 있다고, 70대 할아버지는 아침밥 달라 했다고, 80대는 아침에 눈떴다고 맞았다는 것. 곰국 끓이면 긴장한다느니, ‘젖은 낙엽’ 같다느니 하는 농담은 그래도 얌전한 편이었다. 겉으론 웃으면서도 어느 개그맨의 유행어인 “씁쓸~하구만”을 중얼거리게 된다.

직장을 그만두고도 20~30년을 더 살아야 한다는 게 큰 걱정이다. 공식 통계로 보면 우리나라 근로자는 평균 54살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다. 사무직은 50대 초반에 임원이 안 되면 대부분 짐을 싸야 한다. 그런데 50살인 남성의 남은 수명은 평균 29.4년이고 55살인 남성은 25.1년이다.(통계청 12월9일) 국민연금을 받는 날까지 5~10년을 기다려야 한다. 재취업은 쉽지도 않고 주유원 등 낮은 보수에 불안정한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치킨집이라도 생각해 보지만 ‘자영업자 500만명 시대’, ‘인구 114명당 음식점 1개’(통계청 12월9일), 롯데마트 ‘통큰 치킨’ 등이 말해주듯 온통 지뢰밭뿐이다. 국민연금을 받아도 소득대체율(가입기간 평균소득 대비 수급액 비율)이 42.1%(2009년)에 지나지 않는다. 아이들 대학도 마쳐야 하고, 결혼도 시켜야 하는데 기본 생활비 하기 바쁘다. ‘장수 리스크’가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1955년생이 올해 기업의 일반 정년연령인 55살에 이르렀다. 1955~1963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 가운데 549만명의 취업자가 앞으로 10년간 직장을 떠난다. 이런 ‘썰물 은퇴’는 숙련 노동력 부족, 부동산 가격 붕괴, 사회복지 비용 증가에 따른 재정압박 같은 위험을 동반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물론 과장된 우려에 ‘과잉 대응’(overkill) 할 필요는 없지만(삼성경제연구소), 베이비붐 세대 중 노후대비가 제대로 된 사람이 30%에 불과한 현실은 직시해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은퇴 시기를 늦추는 것인데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이미 정년을 없애거나 늦추는 것을 법제화했다. 우리도 포스코, 한국전력 등이 임금피크제와 연계해 정년을 연장했지만 청년실업 등 세대갈등 소지가 있는데다, 경영계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은퇴자가 갖고 있는 전문성도 살리고 보람도 느낄 수 있는 사회공헌 일자리를 많이 개발하거나, ‘인생 2모작’을 적극적으로 개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등 다양한 방법이 마련돼야 한다.

이봉현/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bhlee@hani.co.kr

※ ‘싱크탱크 맞대면’은 한국 사회 과제에 대한 정책대안을 고민하는 연구기관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만들어집니다. 다양한 정책현안들에 대한 기관의 연구성과를 원고지 10장 분량의 간결한 글로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다른 두뇌집단이 내놓은 제안이나 자료에 대한 문제제기와 대안제시도 좋습니다. 문의와 원고는 한겨레경제연구소(heri@hani.co.kr)로 보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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