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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HERI의 눈] 공평과 공정이 벌이는 논쟁

등록 2010-12-20 09:45

HERI의 눈
HERI의 눈
최근의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시장주의가 코너에 몰리고 있지만 시장은 그 나름대로 ‘해방’의 기능이 있다. 근대 유럽에서 시장자유주의는 신분, 세습 등 봉건적 특권을 부수는 혁명의 무기였다. 시장은 불가피하게 불평등을 만들어 내지만 능력과 기여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공정한 제도이다. 물론 정의의 다른 축인 공평은 시장이 감당하지 못하는 영역으로, 국가나 시민사회가 책임져야 하는 가치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 서구 학자들이 ‘발전국가’ 모델이라고 하는 전략을 채택해 구미 선진국이 200년 걸린 경제개발을 30년 만에 ‘압축적으로’ 해냈다. 이 모델은 공평(빈부격차가 지금보다 적었고 부유층의 사치가 위화감 조성이란 이유로 규제 대상이었던 측면에서)했을지는 몰라도 공정하지는 않았다. 정주영, 이병철 회장의 기업가 정신은 그것대로 인정해야겠지만, 오늘날 경제권력을 누리는 재벌의 성장도 국가가 주도한 특별융자, 부채탕감, 수입제한, 수출보조 등 특혜가 없었으면 가능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변칙으로는 더는 성장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됐고, 80년대 말부터 ‘민간’과 ‘자율’을 열쇳말로 시장이 영역을 확장하게 된다.

특히 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시장은 ‘해방군’ 또는 ‘민주주의’로 보였다. 재벌 총수의 전횡을 꼼짝 못하게 하는 소액주주 운동에 많은 국민들이 박수를 보낸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에는 시장의 ‘약발이 듣지 않는 영역이 늘어났다. 재벌 총수일가는 채 2%도 되지 않는 지분으로 수백조 자산을 좌지우지하다 3세에게 거리낌없이 물려준다. 로스쿨 졸업생의 변호사시험 합격비율 논란에서 보듯 ‘증’을 가진 직종이 울타리를 높여 보려는 노력은 여전하다.

왼쪽 바퀴를 끼우는 비정규직의 임금이 오른쪽 바퀴를 끼우는 정규직의 절반인 것을 모른 척한다는 점에서 대기업, 정규직노조도 예외는 아니다. 그사이 확산된 시장은 당연한 결과로서 불공평을 확산했다. 시장은 우리 사회의 약자들에게 가장 정확하게 작동하지만 국가는 짐짓 모른 체한다. 어느 면에서 우리는 전근대적 특권과 시장의 나쁜 면이 접합된 사회로 보인다.

이런 반칙의 해소가 우선인지, 아니면 ‘역동적 복지’가 이를 포괄하는 넓은 개념인지 이번 맞대면에서 살펴보자.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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