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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구제역과 인간사회

등록 2011-01-11 20:28

오철우 기자
오철우 기자
1997년 4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대만에서 구제역이 걷잡을 수 없이 퍼져 403만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됐다. 그해 손실액만 따져 6조5000억원에 이르렀다 한다. 붕괴된 축산업을 살리려 내수 위주의 양돈정책도 마련하고 미국·캐나다에 양돈장을 만들어 우회 수출하는 정책을 세우기도 했다. 구제역 확진이 늦어지고 초동방역에 실패하는 바람에 화를 키웠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00년 정책연구 자료)

구제역 바이러스는 나라를 가리지 않았다. 2001년 2월엔 영국을 덮쳤다. 같은해 9월까지 650만마리의 가축이 살처분됐으며 16조원 이상의 경제 손실이 발생해 농촌 경제와 관광산업에 큰 충격을 주었다. 대형 집회들이 취소되고 총선도 한 달가량 늦춰질 정도였다. 의회 청문회와 조사보고서들은 ‘구제역의 사회, 경제적 배경’에도 관심을 기울였다.(정준호, 한겨레 ‘사이언스온’ 11일치)

이런 사례들을 돌아보면, 흔히 바이러스의 공격을 인간사회 바깥에서 느닷없이 들이치는 자연 재앙으로 여기지만 늘 그런 것은 아닌 듯하다. 축산농가와 방역당국이 믿음과 유대의 관계를 유지하느냐, 초동방역에 제때 대처하느냐 하는 인간적인 대응이 유전변이의 생존력을 갖춘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상책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나중에 먹잇감이 될망정 사는 동안에 가축의 면역력을 키워주는 축사생활의 환경 개선도 방역의 밑거름이다.

바이러스는 인간 아닌 비인간이되, 인간들의 사회에 깊숙이 개입해 큰 영향을 끼친다. 정치 일정도 바꾸고 경제 구조도 개편할 수 있다. 그렇게 보면 바이러스 같은 비인간도 인간사회 안의 일부다. 바이러스와 인간의 싸움은 케이오승이 아니라 판정승을 목표로 삼을 수밖에 없다. 비인간을 덧나지 않게 다스리는 지혜가 우리에겐 필요하다. 구제역 사태는 인간이 비인간 통제에 늘 능한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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