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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HERI의 눈] 가축전염병 막으려면 축산

등록 2011-02-13 18:44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는 겨울 농촌을 거의 초토화한 것도 모자라 ‘일파만파’의 시름을 국민들에게 안기고 있다. 전셋값을 비롯해 온통 물가가 들썩이는 와중에 다락같이 오른 쇠고기, 돼지고기 가격은 소비자의 스트레스를 배가한다. 언 땅을 파고 가축을 묻은 곳에서 날이 풀린 뒤 흘러나올 침출수가 어떤 2차 재앙을 불러올지도 걱정이다. 전국적으로 백신(예방약) 1차 접종을 마무리했는데도 구제역의 기세는 꺾이질 않는다. 지난해 11월 말 첫 발병 이후 소, 돼지 320여만마리를 묻은 것도 모자라, 지금도 하루 평균 3만5천마리씩을 파묻고 있다. 살처분 보상비 때문에 여야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 할지 고민중이다.

가축 전염병이 이렇게 창궐하게 된 원인을 두고 컨베이어 벨트 위의 공산품처럼 가축을 찍어내는 ‘공장식 축산’에 화살이 집중됐다. 싼 가격에 더 많은 고기를 원하는 소비자와 생명 가진 가축을 상품으로만 보는 기업농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좁은 공간에 최대한 많은 가축을 가두는 밀집사육이 우리나라도 보편화됐다. 최근 한 티브이 시사프로그램에 나온 돼지사육장을 보면 가로 1.8m, 세로 0.65m의 비좁은 콘크리트 철창에서 번식용 암퇘지가 죽을 때까지 새끼만 낳으며 지내고 있었다.

이런 밀집사육은 가축의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전염병이 한번 생기면 손쓸 틈도 없이 축사 전체로 번지게 만든다. 이것이 두려워 항생제를 물이나 사료에 수시로 섞어 먹인다. 우리나라 육류 1t당 항생제 사용량은 스웨덴의 24배, 노르웨이의 18배나 된다고 한다.

‘공장식 축산’을 좀더 친환경적인 목축으로 바꾸는 노력은 육류 소비의 감축과 발을 맞추지 않으면 어렵다. 한국인의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소비량은 1990년 1인당 19.9㎏에서 2009년 36.8㎏으로 지난 20년 사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공장식 축산의 폐해를 일찍 경험한 구미 국가들은 축산에 동물복지 개념을 도입하거나, ‘고기 없는 월요일’ 캠페인처럼 육류 소비 줄이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육류 소비를 줄이는 노력은 지구를 살리는 운동이기도 하다. 소가 되새김 과정에서 내는 메탄가스를 이산화탄소로 환산할 때, 1년에 한우 1마리가 자동차 1대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4분의 1을 배출한다고 한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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