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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백신접종은 끝 아닌 시작…새 매뉴얼·방역책 시급

등록 2011-02-13 18:45수정 2011-02-13 19:10

정현규
정현규
다양한 바이러스주 시험 통해
신속한 백신생산·공급 채비를
아시아와 정보·대응 공조해야
[싱크탱크 맞대면]

“감염축과 비감염축의 구별이 백신접종 후에 어려워진 상황에서 이제 구제역은 끝났다고 생각하고 방역을 소홀히 하면 바이러스가 전국에 토착화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현규
세계양돈수의사회 분과위원장·수의학박사

구제역이 300만마리 이상의 가축을 땅에 묻고도 여전히 창궐한다. 백신접종이 시작된 지난해 연말부터 발생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아직도 신규 발생, 매몰 마릿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구제역이 우리나라에 상당 기간 상재화할 징조를 보이고 있다.

백신은 치료제가 아니다. 면역의 특성상 100% 질병을 예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구제역 바이러스를 죽여서 만든 사독백신은 구제역 바이러스가 살아 있는 생독백신보다 효과가 떨어진다. 또한 백신에 의한 면역항체가 구제역을 최대 효과로 방어하기 위해서는 백신에 사용된 바이러스와 문제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일치해야 한다. 백신 제조에 사용된 바이러스와 실제 문제되는 바이러스가 혈청형이 다르거나, 같은 혈청형이라도 변이로 차이가 있다면 그 정도에 따라 효과는 다르게 나타난다. 그리고 현재 사용중인 백신은 2㎖를 접종해야 하고, 1개월 간격으로 2차까지 접종한 뒤 2주 정도가 지나야 원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이런 몇가지 사항에 근거하여 문제점과 향후 전개될 상황, 대책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이번에 수입한 사독백신접종과 관련해서 백신효과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가지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긴급 상황에서 발생한 문제여서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만 즉시 국내 발생 바이러스주를 이용한 시험이 이뤄져야 한다. 이것은 향후 정책결정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향후 구제역 상황에 대한 몇가지 시나리오와 그에 따른 매뉴얼을 조속한 시일 안에 마련해야 한다. 2차 백신접종이 끝나고 2주 정도가 지난 3월 중순께부터 백신의 효과가 나타난다고 보면 4월 정도의 발생추이에 따라서 구제역의 향후 예측이 지금보다는 몇가지 가능성으로 압축 가능해질 것이다. 이에 따른 매뉴얼이 정부, 업계, 농가에서 필요한 사항을 준비해서 늦어도 3월에는 마무리되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상황별 대책의 모든 사항을 농가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

구제역 바이러스의 혈청형과 지리적 분포 (※클릭하면 확대)
셋째, 정부와 농가에서는 백신접종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방역을 더욱 효과적으로 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A, O, C, Asia 1, SAT1, SAT2, SAT3 등 7가지의 혈청형이 있다. 그리고 각 바이러스는 같은 혈청형에서도 변이가 일어날 수 있다. 이번에 우리가 접종한 백신은 O형이었다. 2010년 초에 국내에서는 A형도 발생했다. 작년처럼 A형이 국내에 들어온다면 이번 백신은 효과가 없고 다시 큰 피해를 보게 된다. 또한 감염축과 비감염축의 구별이 백신접종 후에 어려워진 상황에서 이제 구제역은 끝났다고 생각하고 방역을 소홀히 하면 바이러스가 전국에 토착화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양돈의 경우 덴마크나 네덜란드의 65% 수준인데, 이런 생산성마저 더 하락시켜 경영 압박, 축산 포기의 길로 접어들어 사회적인 문제까지 일으킬 수 있어 걱정이 크다.

넷째, 구제역은 국가간 전파에 의해 피해를 줄 수 있다. 특히 아시아 지역 내 전파로 의심되는 국내 사례를 보면 아시아 여러 나라가 공동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연구, 백신의 생산까지를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런 조직을 각국과 협의해 실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에 절실하게 된 것은 신속하게 효과적인 백신을 공급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에 백신과 임상증상가축 매몰정책을 내놓고도 300만마리가 넘는 가축을 묻으면서 고생하는 것도 정책은 있지만 급하게 백신을 공급하지 못한 데서 기인하는 것도 있다. 같은 일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미리 아시아 각국의 문제되는 바이러스주를 확보해야 하고 신속하게 백신을 생산, 공급하는 조직이 필요하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하기를 바란다.

백신과 임상증상가축을 선별해서 매몰하는 정책은 다른 나라에서는 선례가 별로 없는 최선이 아닌 차선책이다. 구제역 상재국을 몇 년간 유지하며 장기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길로 접어들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정책이다. 이런 면에서 정부는 현실에 대한 입장을 솔직하고 이해되도록 업계, 농가에 설명하고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 한다. 피해가 크기에 욕먹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다시 한번 구제역이 처음 발생했을 때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예측 가능한 정책 수립, 제대로 이해할 때까지 농가에 충분한 설명, 현장 상황의 파악 등에서 모두가 반성하고 보완할 사항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책 수립하는 사람이나 현장의 담당자들은 농민을 먼저 생각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우리의 부모이고 형제들이다. 농가에서는 정부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따라야 한다. 정부, 업계, 농가가 따로가 아니다. 하나의 목표를 위한 하나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앞서 언급한 일을 해야 하고, 당장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전문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정부에서는 부족을 이야기하기보다는 대학, 현장의 경험 있는 전문인력을 효과적으로 협력,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하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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