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격언이 있다. 수많은 실패를 거듭하고도 성공 신화를 이룬 발명왕 에디슨이 했다는 말이기에 울림이 크다. 하지만 요즘 같은 경쟁사회에선 이런 격언도 실패를 위로하는 말 정도로 들리곤 한다. 실패는 극적인 성공 스토리를 빛내주는 ‘과거 한때의 추억’으로 들릴 수도 있다. 오히려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유행어가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실패 자체를 진지하게 다시 생각하자는 목소리도 여기저기에서 나온다. 중소·벤처기업의 도전과 혁신을 위해 우리나라에도 실리콘밸리 같은 ‘실패의 요람’이 필요하다(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는 지적은 새겨들을 만하다. 미국 대학에선 실패를 주제로 한 경영학 강좌가 주목받았다. 일본에선 ‘연구 실패 지식도 연구 결과의 일부’로 인식해 실패 정보를 연구자한테 제공하는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과학기술계에서도 실패의 재인식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성실실패 용인제도’를 검토해온 한국연구재단은 이 제도를 올해에 이른바 ‘모험연구’ 분야에 한해 시범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생체를 모방한 날개 디자인, 로봇의 감정 평가 시스템, 바이오 포스트잇 같은 주제들이 현재 모험연구로 진행되고 있다. 성실실패(honorable failure)의 뜻을 되새겨보면, 실패를 실패로만 보지 말고 ‘명예 실패’를 바로 보자는 뜻일 게다.
‘성공의 결과가 보장되지 않되 과정이 정정당당한’ 실패를 응원하는 일은 경쟁이 관료주의와 불합리로 치닫지 않게 숨통을 틔우는 제도가 될 수 있다. 모험, 도전, 혁신을 북돋워준다. 물론 이 제도를 검토하는 이들이 말하듯이 도덕적 해이는 경계할 일이다. 또 실패 정보는 투명하고 공정하게 평가돼야 한다. 불성실이 성실로, 성실이 불성실로 둔갑해 상처를 남겨선 안 된다. 그러니 실패 평가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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