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철
기업책임은 이윤활동 그 자체
억지의무땐 정치도구로 전락
ISO26000은 모든 조직의 책무
억지의무땐 정치도구로 전락
ISO26000은 모든 조직의 책무
[싱크탱크 맞대면]
‘사회책임경영(CSR)’ 갑론을박 권혁철
자유기업원 시장경제연구실장·경제학 박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의무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이루어질 때 아름답고 효과도 있다. 기업들의 팔을 비틀어 억지로 하게 만드는 것은 세금이나 강제노역과 다름이 없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심심치 않게 거론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 하면 통상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에게 무언가를 내놓아야 한다는 요구로 나타난다. 즉 사회의 가장 중요한 구성원인 기업이 이윤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의 복리 증진, 예술활동 지원, 빈곤층 해소,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활동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것에 대해 밀턴 프리드먼은 다음과 같이 명료하고도 단호하게 ‘그런 것은 없다’고 답했다. “기업에는 단 하나의 책임이 있다. 게임의 규칙 안에서, 즉 사기나 부정이 없이 자유경쟁을 하는 한 그것은 재원을 활용하여 이윤을 증가시키는 활동에 전념하는 것이어야 한다.” 프리드먼에 따르면 기업에는 이윤을 증가시켜야 하는 책임이 있을 뿐, 그 이상의 어떠한 책임도 존재할 수 없으며 또 부과해서도 안 된다. 왜 그럴까? 기업의 이윤추구 활동 자체가 곧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일자리를 만들어 근로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국가에 대해서는 세금을 납부하여 국가운영의 주요 자금원이 되며, 경쟁적으로 질 좋고 저렴한 재화와 서비스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함으로써 국민인 소비자들의 후생을 증진시킨다. 또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과정을 통해 우리의 소중한 자원이 효율적으로 사용된다. 다시 말해 기업은 존재 그 자체로 이미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설령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존재한다고 인정하더라도 이윤추구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서 기업의 최우선 목적이 되어야만 한다. 이윤을 획득하지 못하는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이행할 수도 없다. 어떤 기업이건 이윤을 내지 못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으며, 이 경우에 주주와 채권자는 물론이고 근로자, 그리고 소비자에게까지 엄청난 피해를 주게 된다.
이윤추구가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던 기업이 시장에서 퇴출되어 사회에 큰 손해를 끼치는 것은 반사회적인 무책임한 행위이다. 기업이 생존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것이야말로 사회적 책임을 착실히 이행하고 있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 이윤추구 활동은 필수불가결하다.
기업에 이윤추구 이외의 다른 목적을 추구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기업이기를 포기하도록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기업은 미지의 기회를 발견하여 이윤을 추구할 목적으로 설립된 조직이다. 따라서 어떤 기업이 이윤추구라고 하는 목적에서 벗어나는 순간 그것은 더는 기업이라 할 수 없다. 자신의 존립목적을 상실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지우면서 이행할 것을 강요하게 되면, 기업은 경제와 시장의 논리에서 벗어나 정치논리에 의해 이끌리게 된다. 몇몇 힘 있는 정치꾼들과 이익단체들이 자신들의 이상 혹은 이익을 실현하는 도구로 전락하게 된다. 그 결과는 소설 <아틀라스>가 생생하게 그리고 있듯이 비참함 그 자체이다.
물론 현재도 대다수 기업들은 사회공헌 활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기업들이 사회공헌 활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사회공헌 활동이 기업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종업원들의 사기 진작과 생산성 향상, 투자유치 등 기업 이익추구에 기여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시장이 원하면 기업은 자발적으로 열심히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최근 ISO26000(사회책임에 관한 국제표준)과 관련되어 우리 사회에서 다시 한번 논란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ISO26000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국제공조로 인식하고 있지만, 이는 ISO26000에 대한 오해다. ISO26000의 기본 취지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넘어야 한다”(beyond the CSR)는 것이다.
이 말이 의미하듯이 ISO26000은 기업뿐만 아니라 소비자, 노조, 정부, 시민단체 등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조직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있으며, 이들 조직들로 하여금 사회의 발전에 공동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근본취지이다. 또 하나 특기할 것은 논의의 중점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서 ‘사회적 책임’(SR)으로 넘어갔다는 점이다.·
이 말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ISO26000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조직간 ‘사회적 책임의 균형과 조화’ 및 ‘각 주체의 역할과 기여’를 통해 공동선을 실현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현재 ISO26000을 거론하며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 등이 나오는 것을 보면 실제로는 기업에 대한 다양한 규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ISO26000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하여 마지막으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그것이 의무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이루어질 때 아름답고 효과도 있는 법이라는 점이다. 기업들의 팔을 비틀어 억지로 하게 만드는 것은 세금이나 강제노역과 다름이 없다. 학생들의 봉사활동에 대해 ‘봉사증명서’를 발급하고, 그 증명서가 성적이나 입학에서 점수화되는 사회에서 봉사활동은 이미 봉사활동이 아니다. 봉사활동을 이렇게 만든 사람들은 누구인가? 봉사활동을 활성화해보겠다는 사람들의 ‘거룩한’ 발상 때문은 아닌가?
기업이 자발적으로 해야 할 일들을 사회적 책임 운운하며 의무화하고 강제하는 잘못을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이런 시도는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 의지를 오히려 감퇴시킬 것이다.
‘사회책임경영(CSR)’ 갑론을박 권혁철
자유기업원 시장경제연구실장·경제학 박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의무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이루어질 때 아름답고 효과도 있다. 기업들의 팔을 비틀어 억지로 하게 만드는 것은 세금이나 강제노역과 다름이 없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심심치 않게 거론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 하면 통상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에게 무언가를 내놓아야 한다는 요구로 나타난다. 즉 사회의 가장 중요한 구성원인 기업이 이윤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의 복리 증진, 예술활동 지원, 빈곤층 해소,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활동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것에 대해 밀턴 프리드먼은 다음과 같이 명료하고도 단호하게 ‘그런 것은 없다’고 답했다. “기업에는 단 하나의 책임이 있다. 게임의 규칙 안에서, 즉 사기나 부정이 없이 자유경쟁을 하는 한 그것은 재원을 활용하여 이윤을 증가시키는 활동에 전념하는 것이어야 한다.” 프리드먼에 따르면 기업에는 이윤을 증가시켜야 하는 책임이 있을 뿐, 그 이상의 어떠한 책임도 존재할 수 없으며 또 부과해서도 안 된다. 왜 그럴까? 기업의 이윤추구 활동 자체가 곧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상이익 대비 사회공헌 지출 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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