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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핵재난 가능성을 없애는 방법

등록 2011-04-03 18:24

[HERI의 눈]

지난해 9월 태풍 곤파스가 강화도 연안에 상륙했을 때의 일이다. 이 태풍은 비보다는 바람이 무서웠는데, 아침 운동을 나선 필자는 뿌리 뽑힌 가로수가 도로에 누워 있고, 식당의 돌출간판이 위험스레 팔랑거리는 것을 보고 뛰듯이 집으로 돌아왔다. 라디오는 예보보다 6시간이나 일찍 상륙한 곤파스가 수도권 곳곳에 바람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보도와 함께, 일부 학교가 휴교를 할 것이란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두 아이가 등교해야 하는지가 궁금해 학교에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를 받지 않거나 계속 통화중이었다. 학교나 교육청 누리집에는 태풍과 관련해 어떤 소식도 올라와 있지 않았다. 아이의 친구들도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바쁜 아침에 30분 넘게 전화를 잡고 씨름하다, 결국 ‘조심하라’는 말과 함께 깨진 유리가 나뒹구는 등굣길로 아이를 내보냈다. 나중에 들으니 내가 사는 곳의 일부 학교는 쉬었다고 한다. 학교를 닫을지 여부는 온전히 학교장 재량이었다고 한다.

잠시 살아본 영국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눈이 3㎝만 와있어도 모두 <비비시>(BBC) 라디오를 켠다. 등교 여부를 지역 교육청이 일괄 결정하고, 지역 라디오는 재난방송 차원에서 이를 반복해서 보도하기 때문이다. 누구도 학교에 전화를 걸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영국의 재난대비 체제가 모든 면에서 훌륭하다는 것은 아니다. 등굣길이 위험할 때 휴교할지를 결정하고 알리는 두 나라의 차이에서 드러나듯, 재난대비는 시스템화되어 있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자 함이다. 그럴 때 국민들은 눈감고도 뭘 해야 할지 알고, 믿음을 갖고 지시에 따르게 된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유출된 방사성 물질 때문에 한국에도 ‘방사능 공포’가 퍼지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또는 그것이 주는 풍요 때문에 현대 사회를 사는 우리는 규모가 커지고, 복합적이며 세계화된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에 대응해 국가가 중심이 된 위기관리 시스템을 갖추는 게 급하지만 태풍 부실예보, 구제역 초동대처 실패에서 보듯 아직은 그런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 같지 않다. 아울러 위험을 빨리 감지해 대처하는 것만큼이나 위험할 일을 만들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화장실 없는 스위트룸’이라 불리는 원전 의존을 줄이고, 청정-대체 에너지를 늘려나가는 에너지 정책의 전환도 그래서 필요하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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