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택 논설위원
일본의 선거제도는 독특하다. 하원 격인 중의원은 480명 중 180명을, 상원 격인 참의원은 242명 가운데 96명을 비례로 선출한다. 중의원 비례에선 석패율(惜敗率)제, 참의원 비례에선 자유명부식 비례제로 운용된다.
중의원 선거에선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가 그 지역이 속한 권역(전국 11개 권역)의 비례대표 후보에도 동시에 출마할 수 있다. 지역구 낙선자 가운데 가장 득표율이 높은 사람, 즉 가장 애석하게 패한 출마자가 비례의원으로 당선된다. 석패율=(낙선자 득표수/당선자 득표수)×100으로 계산한다. 참의원 비례에선 유권자가 투표용지에 정당 이름 또는 비례후보자 이름을 직접 써넣는다. 정당과 후보자 이름을 합친 득표수에 따라 정당별 의석수가 정해진다. 각 당 내부에선 개인 이름 득표수가 많은 후보자 순으로 비례 당선자가 결정된다.
독일 역시 특이한 비례제를 갖고 있다. 유권자는 연방하원의원을 뽑을 때 지역구 후보에 1표, 정당에 1표 등 모두 2표를 던진다. 정당별 득표율에 따라 각 당의 전체 의석이 우선 결정된다. 여기서 그 당의 지역구 당선자 수를 뺀 수만큼 비례의석으로 배분된다. 하원 전체의 지역구와 비례 의석수는 같다. 연방상원의원은 주정부가 임명한다.
중앙선관위가 최근 석패율제 도입을 추진하고, 일부 여야 의원들이 이에 찬성 의견을 밝히고 있다. 지역감정을 해소하는 데 유용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진보정당들은 거대정당의 독식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보다는 독일식 비례대표제를 선호한다. 진보신당의 노회찬 새로운 진보정당 추진위원장은 다가오는 대선에서의 야권연대 방안으로 페이퍼정당을 제안하면서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를 공약으로 할 것을 조건으로 내놓고 있다. 정당정치를 강화하는 제도란 점에서 성사만 된다면 한국 정치에 획기적 전기가 될 수도 있다. 김이택 논설위원 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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