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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광장] “경협사업 궤멸상태…중국기업에만 좋은 일”

등록 2011-05-24 21:06수정 2011-05-24 21:19

‘5·24 조처 해제와 남북관계 정상화를 촉구하는 종교·시민사회·정당 공동기자회견’이 열린 24일 오전 서울 국회도서관 대회의실에서 참석자들이 남북대화 즉각 재개와 민간교류 전면 보장 등 요구사항을 쓴 손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5·24 조처 해제와 남북관계 정상화를 촉구하는 종교·시민사회·정당 공동기자회견’이 열린 24일 오전 서울 국회도서관 대회의실에서 참석자들이 남북대화 즉각 재개와 민간교류 전면 보장 등 요구사항을 쓴 손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5·24 조처 1년’ 남북경협 현주소
지난해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남북경협 등 거의 모든 남북관계를 단절한 5·24 조처 1년을 맞아 23일 ‘5·24 조처 1년 남북교류협력 및 한반도 정세’(한겨레통일문화재단·야4당정책연구소·남북경협포럼·남북물류포럼 공동주최)와 24일 ‘남북경협 단절조처 1년 어떻게 풀 것인가’(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실·남북경협사업자협의회·개성공업지구기업대표자회의·금강산지구기업협의회 공동주최) 등 두개의 토론회가 잇따라 열렸다. 이를 중심으로 남북경협의 현실과 위기상황에 처한 경협 기업의 회생을 위한 대책 등을 점검해본다.

강태호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kankan1@hani.co.kr

통일부 당국자가 얼마 전 기자들과 만나 24일로 1주년을 맞는 5·24 조처의 “종착역이 어딘지는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는 몰라도 기업들은 안다. 24일 ‘남북경협 단절조처 1년 어떻게 풀 것인가’ 토론회에서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경협이 23년 역사 속에 최대의 위기적 상황에 봉착해 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을 제외한 모든 경협사업은 궤멸 상태에 빠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에서 올 2월까지 5·24 조처로 인한 남북경협 기업의 피해 실태와 현황을 조사한 김영윤 남북물류포럼 회장은 “거의 대부분의 대북 사업체들이 절망과 온몸에 묻어나는 비장감으로 현실에 맞서 있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23일 한겨레통일문화재단과 야4당 정책연구소 등이 공동으로 주최한 ‘5·24 조처 1년 남북교류협력 및 한반도 정세’ 정책포럼에서 그 ‘현장의 소리’를 전했다.

“남북경협 단절 조처로 인해 남한의 경협 기업들이 겪는 고통은 정부나 일반인의 생각보다 훨씬 크고 깊다. 그들 대부분은 사실 말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이것은 아니다’, ‘절대 아니다’라고 외친다. 그들의 외침과 아우성에 귀 기울여 주기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예컨대 한 운송물류 분야의 기업인은 “북한에 고통을 주겠다고 경협을 중단했지만 그 빈 공간을 중국이 채워주고 있으며, 그런 점에서 피해를 보는 건 남한이다”라고 말했다. 이 기업인은 통일부가 지원이라며 특별대출을 해주고 있는데 “사업이 진행되지 않는데 돈을 빌려와서 뭘 하라는 말인가”라며 실질적 지원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회장에 따르면 남북경협 단절 조처로 대부분의 기업들은 20% 이상 고용인원을 감축했으며, 금강산 지구의 경우는 100% 감축했다. 또 섬유·의복·가죽산업 분야가 가장 큰 영향을 받았으며, 평양 등 내륙지역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기업인들은 ‘무조건 차단식 초강경이 아닌 유연한 정책’을 요구하고 있었다. 돈 갖다 주는 것도 아닌데, 우리 재산권을 행사하고 보호하기 위해 간다는데도 정부가 방북과 접촉을 막는 이유가 뭐냐는 것이다. 또 똑같이 북한과 경제협력을 하는데 개성공단은 되고 나머지는 왜 안 된다는 것이냐며 형평성의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정부 주도의 대규모 투자개발 사업과 달리 소규모의 민간 교역만큼은 정치·군사적인 영향을 받지 않고 경제논리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 진단 / 북한 경제의 중국화

추원서 “경협 단절 실효성, 출발부터 한계”
조봉현 “북에 닦은 시설투자, 중에 넘어가”


추원서/산은경제연구소 수석 선임연구위원
추원서/산은경제연구소 수석 선임연구위원
5·24 남북경협 단절조처는 북한의 대외의존이 크지 않고 중국이라는 대안이 있었기에 출발부터 실효성 면에서 한계가 있었다. 우리 쪽 대북 교역·경협 업체들이 지난 20여년간 북한에서 닦아 놓은 사업기반이 송두리째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북-중 경제협력은 동북 3성과의 교역 및 협력이 강화되고, 수출구조에서는 북한의 지하자원 수출이 40~50%씩 증가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 정부 안에서 북한 급변사태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있으나, 중국이 있는 한 남쪽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물론 북-중 경협을 부정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북한의 개혁·개방과 산업기반 확충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며, 북이 중국의 힘 앞에 무조건 굴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남북경협과 북-중 경협을 조화시켜야 하며, 지금의 한국 경제 규모에서 보면 남북경협의 비중은 미미하지만 중국·러시아·몽골 등 북방 대륙으로의 협력 확대는 한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다.

추원서/산은경제연구소 수석 선임연구위원


조봉현/기은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조봉현/기은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남북경협 기업인들은 지난 22년 애지중지하며 키워왔던 자식을 하루아침에 잃어버린 심정일 것이다. 정부는 5·24 조처로 북한이 입은 타격을 3억달러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인도적 지원 중단, 북한 선박의 남쪽 해역 운항금지에 따른 운송비용 증가 등을 고려하면 4억달러에 이를 것이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은 지금 표정관리를 하고 있는 중이다. 200여 중국 기업들이 아무런 추가 시설투자 없이 과거 우리 기업들이 투자하고 가르쳤던 북한 숙련 노동자들을 중국의 10분의 1 수준의 낮은 임금으로 고용하며 진출하고 있다. 이 정도면 중국의 북한 경제 장악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은 지난해 두 번에 걸친 방중의 결실을 거두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6월을 기점으로 그동안 합의됐던 계약이 착공되고 이행되는 수순이 예상된다. 5·24 조처를 바로 해제할 수는 없겠지만, 중국을 견제하고 새로운 경협 분야를 발굴해야 하며 미래를 위한 투자의 관점에서 유연한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조봉현/기은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대책 / 피해기업 지원 방안과 당위성

양문수 “정부-기업 갈등해소 방안 모색을”
이오영 “손해배상 청구, 포괄적 검토 필요”


양문수/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양문수/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5·24 조처에 따른 우리 기업의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의 피해 보상 문제를 둘러싸고 정부와 기업 간의 견해차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으며 갈등이 표면화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5·24 조처 이후의 어느 설문조사에서 우리 기업들은 10곳 중 8곳이 ‘경협 여건이 정상화되어도 신규 진출이나 투자 확대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지 않으면 남북관계가 개선된다고 해도 남북경협이 종전의 수준으로 복원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통일부는 5·24 조처 이전에 반출되었거나 계약·발주된 원·부자재의 반출입을 허용하여 일시적으로 위탁가공기업과 일반교역업체들의 숨통을 틔워 주고, 중소기업청과 남북협력기금 특별대출 등 금융지원을 했다. 이런 유예 및 긴급구제 조처가 끝나는 이제부터가 심각하다. 남북경협 기업의 피해 보상 문제를 둘러싼 정부와 기업의 견해차를 좁히고,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양문수/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이오영/변호사·남북경제협력포럼 이사장
이오영/변호사·남북경제협력포럼 이사장
5·24 조처로 북한도 타격을 입고 있지만 남한의 경협 기업과 국민의 손해도 크고 직접적이라는 점에서 5·24 조처가 ‘자해 행위’라는 지적은 나름 근거가 있다. 게다가 남북경협 기업으로서는 자신의 귀책사유가 아닌, 기업 외부의 정치·군사적인 요인으로 입은 피해를 기업이 전적으로 부담하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5·24 조처에 위법성이 없어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않는다면, 기업이 피해를 보았다 하더라도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이때에도 5·24 조처의 과잉조처 여부(비례성)와 형평성(개성공단과 대비)에 대한 시비는 있을 수 있으며, 피해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에 대하여는 5·24 조처뿐만 아니라 이후 상황을 포함하여 개별적·구체적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물론 가장 바람직한 것은 남북경협을 정상화시키고, 어떤 외부상황에도 중단되지 않고 지속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방안을 강구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이오영/변호사·남북경제협력포럼 이사장


■ 한 기업인의 호소

경협 고가장비 ‘살처분’되고 있습니다


이도균/CS글로벌 대표
이도균/CS글로벌 대표
개성공단사업 이외의 모든 대북사업 중단은 물론 북한 출입까지 중단시킨 5·24 조처가 1년이 지났습니다.

저희 회사는 임진강 상류 북쪽 사천강 모래를 육로를 통해 수도권으로 반입하는 회사입니다. 북쪽에 생산설비 90억원, 남쪽에 하치장 40억원 등 150억원 이상을 투자하였으며, 연간 200만㎥ 이상의 생산·반입을 목표로 250여명(남쪽 120명)이 일하였습니다. 북에 투자한 비용은 모래값으로 상환하는 무척 합리적인 계약이었습니다. 그러나 2008년 금강산 사건 이후 일련의 사태와 정부의 사업 불허로 햇수로 4년간 사업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사업 첫해인 2004년에는 수도권 모래 파동 해소와 남북교역에 공로가 있다 하여 건교부·통일부로부터 표창도 받았습니다. 분단 59년 만에 첫 육로 반입사업으로 정부·언론으로부터 큰 격려도 받았습니다.

그러던 중 1차 핵실험이 있었고, 이틀 뒤인 2006년 10월11일 청와대 간담회에 참석하였습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 참모진 배석 아래 정치적 이유로 사업 중단 시 정부가 배상을 책임진다고 약속하였습니다. 그 약속을 믿고 많은 투자가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정치적 이유로 사업은 중단되었습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대통령·장관의 약속은 허무맹랑한 엉터리 약속이 되어버렸습니다. 또한 그 어려운 여건에서 묵묵히 열심히 일해온 대부분의 기업·사업가는 극단적 표현으로는 북에 퍼주기만 하는 친북·종북세력으로 매도당하며 많은 제재를 받았습니다.

퍼주려고 하는 기업·사업가가 세상에 어디에 있겠습니까. 모래 업종만 보더라도 수도권 모래 가격 안정에 2000억원 이상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었다고 자부합니다. 사업 중단 뒤에도 사업 재개의 날을 기대하며 양쪽이 악조건에서도 장비 관리에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그러나 5·24 조처 후에는 시동용 연료·부품 반출, 기술자 파견 등 모든 것이 중단되었습니다.

고가의 장비 모두를 생명체라고 생각합니다. 구제역이 돌 때 가축들은 백신주사라도 맞아 봤다지만, 사업 재개는 둘째 치고 이렇게 100억원대의 장비를 유연성·융통성 없이 ‘살처분’하는 것이 현 정부의 실용주의입니까? 그 흔한 통일부 주최 세미나·토론회 한번 없는 것이 소통입니까? 개성공단은 가동하고 나머지 업체는 다 죽이는 것이 상생이고 공정사회 구현입니까? 1천여개 대북사업체를 죽이면서 북쪽에 얼마나 많은 경제적 타격과 압박을 주었습니까?

남북교역이 중단되면서 중국 등 다른 국가와 북한의 교역이 몇배 증대된 것을 정부는 잘 알 것입니다. 참 안타깝고 답답합니다. 장관은 국회 답변에서 통일부 주임무가 평화통일과 교류협력 증진이라고 답하였습니다. 평화통일의 두 수레바퀴 중 하나는 정경분리의 원칙에 따른 끊임없는 교류협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축구하다 전쟁하고 탁구 치며 수교하는 것이 역사이며 인간사 아닙니까?

물론 정부의 대북정책 수립의 큰 고뇌를 이해합니다. 그러나 대북사업체들과의 불통은 납득이 안 됩니다. 정부가 대북정책에 사업체를 볼모로 잡아서도 안 되지만, 그렇게 하려면 제발 ‘살처분’을 중단하고 실질 혜택이 없는 지원책이 아니라 확실하고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합니다.

1천여개 사업체와 연관사업을 다 죽여놓고 무슨 평화통일이고 교류협력 증진입니까? 대다수 업체들은 더이상 통일부와의 소통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대통령과 청와대가 나서야 합니다. 경협·교역·금강산·개성공단·임가공 관련 업체 대표들과 허심탄회한 간담회가 절실한 시기입니다. 불통정부가 아니라 소통정부가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이도균/CS글로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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