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0일 잠비아를 방문해 “아프리카에서 신식민주의를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아프리카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강하게 견제한 것이다.
실제 2000년대 들어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은 눈부실 정도다. 석유, 천연가스, 구리 등 광물자원에 대한 중국 기업의 투자는 2015년까지 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아프리카 교역은 2010년 1000억달러를 넘어 중국이 아프리카의 최대 교역상대국이 됐다.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 총리가 2006년 4월부터 2008년 1월 사이에 아프리카 31개 나라를 방문할 만큼 외교 행보도 공세적으로 폈다. 중국은 자국민의 아프리카 이주도 장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방 나라들에선 중국 경계론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는 자신들의 옛 식민지로 독립 뒤에도 영향력을 유지해온 텃밭을 빼앗기는 데 따른 당혹감이 섞였을 터다. 중국의 세력 확장에 대한 현장 보고서 성격으로,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의 특파원 세르주 미셸과 스위스 언론인 미셸 뵈레가 함께 쓴 <차이나프리카>(중국+아프리카. 2009년 번역 출간)에는 서방 쪽의 불편한 시선이 잘 담겨 있다. 클린턴 장관의 발언도 이런 정서와 무관하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적어도 미국이 중국을 신식민주의라고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중국이 인권과 민주화에는 관심이 없고 자원 확보에만 열을 올린다고 서방이 깎아내리지만 아프리카에 대한 무기 수출 1위는 여전히 미국이다. 노르웨이과학기술대 폴 미드퍼드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은 1989~2006년 내전중인 아프리카 나라들에 수입국 국내총생산의 2~10%에 이르는 무기를 팔았지만 중국의 무기 판매는 해당 나라 국내총생산의 4%를 넘지 않았다. 박창식 논설위원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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