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아침 햇발] 민주당은 이제 어디로? / 김이택

등록 2011-07-05 18:57

김이택  논설위원
김이택 논설위원
홍준표 체제 등장 이후 예상되는
한나라당의 좌클릭 속에서
민주당의 길 찾기는 더 어려워졌다
홍준표 한나라당 신임 대표는 애초 정계 입문을 민주당으로 할 뻔했다. 15대 총선을 앞두고 이기택 민주당 총재를 만나 서울 강남 공천을 원했으나 답이 오지 않아 민자당으로 발길을 돌렸다. 입당 전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 개혁파 인사들이 집으로 찾아와 새벽까지 설득했으나 이미 김영삼 대통령 쪽에 약속을 해버려 어쩔 수 없었다고 자서전 <변방>에 짧게 적어놓았다.

그가 정계 입문 15년 만에 여당 대표가 돼 취임 일성으로 ‘서민’을 외치고 나섰다. 엊그제 전당대회를 통해 한나라당 지도부의 면면이 바뀌었고 소장파를 중심으로 한 ‘쇄신’ 목소리도 커질 기세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무상급식 공약이 위력을 발휘한 뒤부터 변화의 기운이 정치권을 휘감고 있다. 양극화의 고통을 표출하기 시작한 80% 되는 서민층의 분노를 정치권이 뒤늦게 감지한 때문이다. 최근의 반값 등록금 시위에서 보듯 젊은 세대의 불만은 이미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선거에서 연패한 한나라당의 소장파가 일찍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자구책에 몸부림치는 데 비해 민주당은 ‘실패할 이명박 정권’만 믿고 있는 듯 긴장감이 덜하다. 최근 잇따라 터진 사건들은 ‘자칭 진보’ 민주당의 ‘보수 본능’ 맨얼굴을 그대로 드러내 준다.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 여야 협상 과정에서 박지원 원내대표의 보고를 받은 손학규 대표는 합의 처리가 가져올 후유증을 감지하지 못해 뒤늦게 합의를 번복하는 갈지자 행보를 보였다. 야권연대 정책 합의문조차 당대표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게 민주당의 현주소다.

한국방송 수신료 인상안을 통과시켜 주려던 김진표 원내대표도 마찬가지다. 현 정부의 방송장악과 무관할 수 없는 사안임에도, 미디어렙 법안은 손도 대지 못한 채 수신료만 올려주려 했다. 총선·대선을 앞두고 스스로 상대에게 무기를 쥐여주겠다고 나선 것이니 전쟁에 나선 장수가 피아 구분도 못하고 있는 꼴이다.

최근 손 대표의 ‘종북’ 발언도 그렇다. 햇볕정책의 업그레이드는 물론 필요하지만 당 안팎 지지층의 공감대를 얻는 게 우선이다. 이 용어가 갖는 미묘한 ‘함의’를 아직도 깨닫지 못한 듯하다. 보수언론이 부추긴다고 정말로 잘한 줄 안다면 더 큰 문제다. 대학 등록금을 놓고 하루 만에 덜컥 정책을 바꾸는 걸 보면 얼마나 정책 공부가 된 것인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한나라당의 박근혜 전 대표는 맞춤형 복지를 가다듬고 있고, 홍준표 대표는 서민 드라이브의 페달을 세게 밟을 기세다.


뚜렷한 대선 주자를 못 찾고 있는 야권이야말로 ‘정책’에서부터 길을 찾아야 한다. 네 야당이 올해 초부터 공동운영중인 정책포럼도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각 당이 그리 무게를 싣는 것 같지는 않으나 그래선 안 된다. 부단히 토론하고 논쟁해 정책상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명히 하는 게 우선 필요하다. 이것이 전제가 돼야 통합이든 연대든 가능해진다. 그리고 이렇게 정리된 정책에 맞춰 사람을 찾아야 나중에 딴소리가 안 나온다. 이것이 과반 의석을 얻어놓고도 지리멸렬했던 열린우리당의 실패에서 배워야 할 교훈이다. 지금의 민주당은 정책도 사람도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기 딱 좋은 처지다.

손학규 대표가 내세우는 민생진보는 아직 실체가 불분명하다. 어중간한 정책을 내세운다고 중간층이 지지하는 건 아니다. 분명한 자기 색깔이 없으면 중간층도 믿지 않는다. 중도주의는 그래서 불안하다.

한나라당의 좌클릭 속에서 민주당의 길 찾기는 더 어려워졌다. ‘지역주의’ 구태까지 떨쳐버려야 하니 모두 만만찮은 일들이다.

ri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체포 뒤에도 ‘거부 남발’ 윤석열…전략이 아니라 착각이다 1.

체포 뒤에도 ‘거부 남발’ 윤석열…전략이 아니라 착각이다

대한민국 망치는 ‘극우 카르텔’…윤석열·국힘·태극기 부대 2.

대한민국 망치는 ‘극우 카르텔’…윤석열·국힘·태극기 부대

윤석열 ‘바보 전략’인가 ‘바보’인가 3.

윤석열 ‘바보 전략’인가 ‘바보’인가

휠체어로 탄핵 집회에 가봤다 [똑똑! 한국사회] 4.

휠체어로 탄핵 집회에 가봤다 [똑똑! 한국사회]

[사설] 내란·체포 이후에도 궤변·트집, 이제 국민 우롱 그만해야 5.

[사설] 내란·체포 이후에도 궤변·트집, 이제 국민 우롱 그만해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