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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주류는 없다 / 김종철

등록 2011-07-05 19:09

김종철 정치부 선임기자
김종철 정치부 선임기자
비주류 버리고 주류 택한 원희룡
다시 비주류로 밀리는 게 정치
한나라당의 7·4 전당대회가 끝났다. 돈키호테라는 별명을 가진 홍준표 의원이 당 대표가 된 것이나 친박계의 유승민 의원이 ‘깜짝 2위’를 한 것 등 얘깃거리가 풍성하다. 그중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원희룡 의원이 4위를 한 점이다.

7년 전인 2004년 7월 전당대회 때 재선 의원으로서 이미 2위를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의 이번 성적은 매우 초라하다. 더구나 이번에는 당내 주류인 친이계로부터 사실상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데다 원 의원 자신도 내년 총선 불출마라는 배수진을 치는 등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상황이었다. 조직표에 동정표까지 있을 테니 대표 당선이 유력해 보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연 결과는 딴판이었다. 1위는커녕 2위도 놓치고 간신히 4등을 했다. 크게 추락했다. 친이계가 와해된 반면에 친박계는 똘똘 뭉쳤기 때문이라는 등의 분석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모래알처럼 흩어진 친이계 의원들의 재빠른 변신도 손가락질받고 있다. 정치공학적으로 다 맞는 얘기다.

하지만 교훈으로 삼아야 할 진짜 원인은 따로 있다. 원 의원의 실패는 주류에 ‘집착’했기 때문이다. 2000년 한나라당 입당 뒤 줄곧 소장 개혁파의 선봉에 섰던 그는 어느 결엔가 주류가 됐다. 당 사무총장을 지내더니 전대에서는 아예 친이 대표주자를 자임했다. 그는 이를 “매일 문제제기만 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소장파의 역할에서, 이제 결과에 책임을 지고 다양한 세력과 조율해 국민 앞에 다가서는 성숙한 정치인으로 진화”(고성국의 정치in, <프레시안> 6월26일)했다고 표현했다.

그가 비주류에서 친이 주류 인사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때였다. 서울시장 후보 예비경선에서 나경원 후보에게 진 것이 계기가 됐다고 그의 주변사람들은 얘기한다. ‘세력 없이는 아무것도 안 된다는 것을 절감하고 더 이상 비주류는 안 하겠다’는 결심을 했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정치에서 성공하려면 주류가 되어야 하는 것은 맞다. 비주류는 힘이 없으며, 힘이 없으면 정치 무대에서 자기 정책을 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결정적으로 오판한 것은 정치인은 스스로 주류라는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기존 주류에 편승하거나 그들이 차려준 밥상을 받아들어 정치지도자로 성공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길지 않은 우리 정치사를 봐도 이 점은 명확하다.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70년대에 40대 기수론을 내세워 당시 주류에 맞선 결과 대통령 후보, 야당 당수가 됐다. 어렵고 힘든 비주류 자리를 버리고 따뜻한 주류로 옮겨간 것이 아니라, 당내의 치열한 노선투쟁을 통해 주류와 비주류의 위치를 바꿔버린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2002년 민주당 대선주자 경선 때 당시 주류인 동교동계의 지지를 등에 업은 이인제 후보를 자력으로 이겼다. 이명박 대통령도 서울시장 내내 당내 소수파였다.

비주류가 기존 주류를 밀어내고 주도세력이 될 때 합종연횡 등 계파정치나 세력 결집을 얼마나 잘하느냐가 본질이 아님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정치인 자신의 철학과 노선이 시대의 요구라는 흐름과 맞아떨어져야 한다. 반대로, 평화와 복지라는 시대정신을 역행하고 있는 친이계가 현재 국민한테 외면당하고 있는 것처럼, 한 정치세력의 정책이 시대 흐름과 어긋날 때 주류에서 밀리는 것은 당연하다. 이처럼 주류 자리는 돌고 돈다. 자기 색깔을 유지·발전시키는 진정성이 있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이런 면에서, 비록 꼴찌로 지도부에 진입하긴 했지만 소장 개혁파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는 남경필 의원의 앞날이 더 밝아 보인다.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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