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토론’ 토론자들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스튜디오에서 ‘반값 등록금과 대학교육’을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혁철 자유기업원 시장경제연구실장, 신중섭 강원대 교수, 신경민 문화방송 전 앵커, 임희성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싱크탱크 광장] 한겨레경제연구소-자유기업원 공동기획
직선토론: 자유와 책임 ③ 반값등록금 논란- 대학교육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직선토론: 자유와 책임 ③ 반값등록금 논란- 대학교육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 기조발제 “정부개입해 등록금 낮춰야”
“대학개혁, 대학서 해결을” ‘반값 등록금’과 대학교육의 방향에 대한 두 발제자의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했다. 임희성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현재의 등록금 문제, 사학의 방만한 재정운영, 대학의 양적 팽창과 부실교육 문제의 근본 원인을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 책임 부재’에서 찾고 있다. ‘반값 등록금’ 논란은 등록금 인하 폭과 재원 마련에 대한 대안 모색을 넘어 고등교육의 공공성 정립 계기로 삼아야 하며, 정부가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대학 자율에 맡겨져 폭등해 온 ‘고등록금’을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통한 ‘저등록금’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1%)의 절반에 불과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고등교육 예산(0.6%)을 최소한 오이시디 평균수준으로 올리고, 등록금을 인하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부실대학을 국가가 인수하여 국립대학을 늘리고, ‘정부책임형 사립대학’을 도입하여 민간재원 중심의 고등교육체제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말한다. 셋째, 국가균형발전과 학벌주의 해소를 위한 정부의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재의 대학퇴출정책은 지방대 몰락과 그로 인한 국가균형발전 악영향이 예상되며, 학력에 따른 임금격차 해소, 취업차별 금지 등에 관한 법·제도 개선에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는 태도다. 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임희성 연구원과 완전히 정반대되는 대학개혁 방향을 제시한다. 그 역시 ‘반값 등록금’ 논쟁이 낮은 대학 경쟁력, 질 낮은 교육, 열악한 재정 상황, 대학생 생활고, 과중한 등록금 부담 등 한국 대학의 중요한 문제점을 공론화한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기본적으로 국가가 아니라 대학 차원에서 해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값 등록금’ 역시 해결책이 아니라고 본다. ‘반값 등록금’으로 경제적 부담이 사라지면 학생들은 “내가 왜 대학에 가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성찰의 기회를 갖지 못할 것이며, 국가 개입은 대학 교육 주체들의 창조적이고 다양한 해결 노력을 어렵게 한다고 설명한다. ‘반값 등록금’의 경제적 합리성도 문제삼는다. 실제 교육비와 비교하여 등록금 수준을 판단해야 하며, 학비 부담 역시 가계 소득수준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신 교수는 등록금 결정은 대학 자율에 맡기되 장학금을 더 확충하며, 오히려 국립대 등록금은 사립대 수준으로 올릴 것을 제안한다. 장학금은 ‘성적’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지원하며, 국가의 등록금 지원 역시 국가의 필요에 따라 선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졸업생들의 모교 장학금 확충 노력과 대학 교육 개방도 또다른 대안으로 제안되었다.
사회 대학 등록금 문제가 심각한 정치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다. 우선 등록금이 과연 비싼지 얘기해 보자. 임희성(이하 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한국 대학 등록금 수준은 2~3위인데, 1인당 국민소득은 49위이다. 그리고 학비는 비싼데, 정부의 학비 지원은 낮은 나라군에 속한다. 등록금 평균이 763만원인데, 1인당 국민소득의 3분의 1을 넘는다. 다른 나라는 보통 10분의 1 수준이다. 권혁철(이하 권) 등록금이 비싸다고 일괄해서 말하긴 어렵다. 국민소득 49위 부근 나라들의 대학진학률을 비교해 보자. 한국의 대학진학률 80%는 세계 최고이다. 수요가 넘치면 가격이 오르는 게 당연하다. 이원재(이하 이) 오이시디 국가 중 한국과 소득수준이 비슷한 9개 나라를 분석했더니, 그 나라들은 고등교육비의 평균 60%가량을 정부가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한국은 20% 수준이다. 초등교육비의 정부부담비율도 이 9개국에 견줘 10%포인트가량 낮은 게 현실이다. 가계가 직접 부담하는 비율이 높은 만큼, 사람들이 교육비가 비싸다고 느끼는 게 당연하다. 사회 대학교육은 공적 서비스인가, 아니면 수익자 부담 원칙이 적용되는 사적 서비스인가? 신중섭(이하 신) 교육에 공적 측면이 분명 있지만, 국가가 재정 부담을 하면 효과가 떨어진다. 대학 간 치열한 경쟁 등으로 과도한 지출이 발생하는 한국과 오이시디 국가들을 그대로 비교할 수는 없다. 나라마다 역사성과 특수성이 있다. 이 고등교육, 대학교육은 일반 상품과는 다르다. 공공적 성격이 있는, 비영리적 서비스로 봐야 한다. 이런 서비스는 원래 필요한 비용의 상당 부분이 어차피 사회의 공동 부담이다. 그중 가계 부담 비중이 소득수준 등과 잘 맞는지 비교해 이야기해야지, 무조건 전체 비용을 사적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은 비현실적이다. 임 고등교육을 공공재로 보는 것이 사회적 이득이 된다. 미국과 영국은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지원과 책임을 강화하는 추세이다. 대학진학률 80%는 대학교육이 공공재임을 보여 준다. 권 프랑스나 독일에선 원래 무상교육이던 것이 자율화·독립화·민영화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쓴다고 공공재는 아니다. 휴대전화가 공공재인가? 대학은 내가 선택해서 가는 것이다. 공공재가 아닌데 정부가 함부로 지원하면 자원의 왜곡과 낭비가 발생한다. 사회 사립대학의 자율성, 방만한 대학경영, 10조원에 달하는 적립금, 부실대학 처리 등 대학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에 대해 논해 보자. 신 적립금으로 등록금 부담을 줄이자는 주장에 반대한다. 적립금은 원래 목적이 있고, 3년 정도밖에 쓸 수 없기에 지속적일 수 없다. 과거 학생들이 낸 돈으로 현재 학생들이 혜택을 받는 도덕적 문제도 있다. 임 적립금으로 등록금 문제를 풀 수 없다는 데 동의한다. 지나치게 과다한 적립금이 문제다. 10조원 가운데 80%가 건축적립금과 기타적립금이며, 이는 방만한 예산 운영 때문이다. 전년도 추정결산에 따라 예산을 편성하라는 교과부 규정도 따르지 않는다. 신 사립대학의 정리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지, 정부 정책으로 주도되는 것은 반대다. 대학들이 공개한 정보를 보고 학생과 학부모가 부실대학을 안 가면 문을 닫게 된다. 이 대학의 재정적 여력만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에서의 역할과 자산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부실대학이라고 하지만, 좋은 인적 자산을 가진 곳들이다. 취업사관학교에서 벗어나 열린 교육, 평생교육으로 바꾸면 훌륭한 사회적 자산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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