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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1인1표의 협동조합 기업 / 김현대

등록 2011-07-19 19:07

김현대
사회2부 선임기자
김현대 사회2부 선임기자
승자독식 말고 서로 협력하면서
다르게 기업하는 옵션이 협동조합
자본주의의 꽃은 주식회사이다. 철저하게 1주1표로 권력을 행사한다. 지분율, 곧 가진 돈의 크기가 금권의 무게를 결정한다. 우리는 부유한 투자자들이 끝없이 이윤을 추구하는 주식회사 문화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표현이 낯설지만, 협동조합은 ‘기업’이다. 그냥 기업도 아니고 1인1표로 작동하는 ‘아주 이상한’ 기업이다. 돈의 크기가 아니라 머릿수에서 권력이 나온다. 1주1표의 자본주의 기업만 생각하는 우리의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변종’으로 보인다. 하지만 세계의 협동조합 기업들은 시장에서 주식회사와 똑같이 경쟁하고 있고, 지속가능한 기업의 바람직한 모델로 인정받고 있다.

얼마 전 <한겨레> 지면(7월4일치 10면 및 5일치 10면과 <헤리리뷰>)을 통해 ‘협동조합으로 기업하자’는 메시지를 던졌다. 세계 협동조합의 흐름과 동떨어져 있는 우리 이웃에게, ‘수많은 나라에서 협동조합으로 성공적인 기업활동을 하고 있다’는, 우리만 모르는 진실을 알리고자 했다.

실제로 이탈리아 주부들은 시장 가는 것을 ‘코옵(Coop, 협동조합) 간다’고 말하고, 스위스 아이들은 ‘미그로 키드’ 아니면 ‘코옵 키드’로 불린다.(미그로와 코옵은 스위스 소매시장의 40%를 점유하는 양대 소비자협동조합이다.) 네덜란드에서는 최대 은행 라보방크가 협동조합이고, 덴마크 앞바다에서 첫 상업용 풍력발전사업을 성공시킨 기업 또한 협동조합이다.

유럽 금융시장에서 협동조합 점유율은 이미 20%를 넘어선다. 이탈리아의 부자 지역인 에밀리아로마냐주는 총생산의 30%를 8000여 협동조합 기업들이 창출하고 있다. 특히 협동조합 기업들은 2008년 금융위기에 해고 없이 고용안정을 유지해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값싸게 좋은 상품을 공급하는 소비자협동조합들은 유럽 어디에서나 신뢰의 상징이고, 협동조합 없는 농업의 경쟁력은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우리에게도 협동조합은 있다. 하지만 덩치 큰 농협은 상업은행인지 협동조합인지 잘 알 수가 없고, 최근 들어 생협이 급성장하고 있다 하나 아직 규모가 많이 작다. 협동조합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은, 협동조합이 무엇인지 사람들이 잘 모른다는 사실이다. 학교에서 배운 적이 없고, 주위에 협동조합이 잘 없으니 생활에서 체험할 수도 없다.

협동조합은 다수의 경제적 약자들이 세우는 기업이다. 이마트를 믿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직접 가게를 열어 값싸게 좋은 물건을 공급받자는 것이다. 가격을 마구 후려치려는 롯데마트에 맞서, 전국의 양파 농가들은 강력한 교섭력을 갖는 하나의 협동조합을 세울 수 있다.

소비자들에게 좋은 물건 값싸게 팔고, 농민들 물건을 더 비싸게 팔아주는 것이 협동조합의 목적이다. 충성 고객을 낳을 수밖에 없는 이런 사업목적이 협동조합 경쟁력의 최대 원천이 되는 것이다. 투자자에게 최대 이익을 안겨줘야 하는 주식회사는 협동조합원 같은 고객을 확보할 수가 없다.

세계의 협동조합은 빠르게 진화의 길을 걷고 있다. 같은 업종의 노동자들이 협동조합으로 자기 기업(노동자협동조합)을 세우는가 하면,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공익형 사업을 운영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협동조합이 시장경제의 주류가 된다고 말하기는 섣부를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젊은이들에게 승자독식의 주식회사 말고, 서로 협력하면서 다르게 기업할 수 있는 옵션은 일러주어야 할 것이다.

마침 유엔이 내년을 세계 협동조합의 해로 정하고, 협동조합 기업의 홍보대사로 나섰다.

“협동조합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듭니다.”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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