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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쿠르베 ‘세상의 근원’ / 김이택

등록 2011-08-01 19:15

귀스타브 쿠르베(1819~77년)는 19세기 사실주의 미술의 최고 거장이다. “나는 천사를 그리지 않는다. 천사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라며 철저히 자신이 경험하고 확인한 것만 그렸다. 고대 그리스 조각상처럼 완벽한 육체나, 미와 격조를 갖춘 여인들 대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촌부를 그렸다. 국내에서도 전시된 바 있는 그의 작품 <샘>은 커다란 엉덩이에 비만에 가까운 몸매를 가진 농촌 아낙네의 뒷모습을 그린 누드화다. 나폴레옹 3세가 전시장을 찾았다가 이 그림을 보고 격분해 승마용 채찍으로 화면을 내리쳤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쿠르베는 1871년 파리 코뮌이 만들어지자 예술위원회 의장으로서 나폴레옹 시대의 상징물을 철거하는 등 혁명세력의 편에서 보수기득권층에 맞서다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이주헌의 프랑스 박물관 순례>)

방송통신심의위원인 박경신 고려대 교수가 지난 28일 여성의 성기를 정밀 묘사한 쿠르베의 <세상의 근원>을 자신의 블로그에 띄웠다. 동료 심의위원들이 음란물로 판정한 데 반발해 자기 블로그에 올렸던 남성 성기 묘사 사진 5장을 내리면서 “문제의 사진들은 지금도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 누구나 볼 수 있게 걸려 있는 쿠르베의 그림 ‘세상의 근원’과 같은 수위의 것이었다”며 이 그림을 올렸다. 블로그에 ‘검열자 일기’를 써온 그는 “문제의 사진들은 내가 아는 법원의 기준으로 보자면 법적으로는 음란물로 인정되지 않을 것을 확신한다”며 “모자이크 처리를 해서 다시 올릴 것”이라고 했다.

방통심의위는 최근 ‘2MB18nomA’라는 트위터의 계정을 차단하는 등 정치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아무리 보수 편향이라는 방통심의위지만 성문제에서까지 보수적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김이택 논설위원 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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