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택 논설위원
원탁회의에도 당부하고 싶다
진보통합 성공을 전제로
진보정당 쪽에 힘 실으면 어떨지
진보통합 성공을 전제로
진보정당 쪽에 힘 실으면 어떨지
야권통합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논의 테이블은 많으나 가닥이 잡히는 건 없다. 야당판에 세 부류의 목소리가 있다. 대통합을 하지 않으면 총선·대선에서 진다는 쪽, 굳이 합칠 필요 없이 ‘연대’만 하면 된다는 쪽, 통합이고 연대고 아무 관심 없는 쪽이다.
‘진보통합’ 협상중인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연대’에 무게를 싣는다. 두 당 모두 대체로 내년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해 보수-자유주의-진보 정당의 3자 구도를 형성하는 게 1차 목표다. 이를 위해 두 당이 합치자는 게 대세지만 국민참여당 참가 여부 등 몇 가지 쟁점이 여전히 걸림돌로 남아 있다.
민주당은 일단 ‘대통합’을 주장한다. 그러나 두 당이 거들떠보지도 않자 국민참여당 등과의 선도통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어쨌든 선거에서 ‘연대’는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낙관론이 대세다. 하지만 “굳이 연대 안 해도 문제없다”는 무관심파도 상당히 숨어 있다.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통합 논의는 시한을 코앞에 두고도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민 앞에 공개약속한 진보통합도 해내지 못하면 “역시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비아냥 속에 양쪽 모두 내홍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극심한 양극화로 대중의 불만이 최고조로 치닫는 지금이 ‘노동자·농민 등 일하는 사람이 주인 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진보정당에는 대약진의 호기다. 이런 때일수록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과감하게 ‘대중성’을 강화하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괜찮은 인사들이 민주당보다 진보정당을 먼저 찾도록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 합의문’에 동의하는 누구든 받아들이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만일 제대로 된 ‘비민주 온건진보당’이라도 뜨면 어려워질 수 있다. 이를 위해 ‘정치’와 ‘운동’ 논리를 갈라내는 결단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한 가지 덧붙이면 정책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과거 전매특허였던 무상복지를, 민주당 거쳐 이제 한나라당에서까지 들고나오기 시작했다. 불판을 다시 갈 때가 됐다.
민주당 한쪽에서 “단일화로 대폭 양보하는 것보다 안 하고 각 당이 따로 뛰는 게 우리한텐 더 남는 장사”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한다. 착각도 유분수다. 민주당 그리 매력적인 당 아니다. 1년여 전만 해도 지지도가 한나라당에 더블스코어 차로 지던 탓에, 조금만 올라도 엄청 좋아한다. 하지만 당 지지도고 대선 후보 지지도고 한 번도 한나라당에 제대로 이겨보지 못했다. 정부의 실정에 대한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호조건에서도 그 정도밖에 지지를 얻지 못했으면 내부에 문제가 있는 거다.
한나라당에서 박근혜가 나서면 총선도 녹록지 않다. 당내에서 유력 대선 후보 하나 키우지 못했고, 면면을 보면 한나라당에 더 어울리는 의원들이 수두룩하다. 물갈이도 한나라당보다 더 해야 한다. 혹시 시민사회 중심으로 ‘문재인당’이라도 띄운다면 훅 갈 수 있다. 이인영 혼자 외치는 ‘대통합’ 주장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당내에서부터 진지하고 활발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원탁회의에도 당부하고 싶다. 우선 백낙청 교수가 제안한 ‘2013년 체제’를 위한 정책을 다듬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총선·대선용이지만 장기적으로 진보진영 싱크탱크의 모태가 될 수도 있다. 또 하나, 대통합이 불발되면 시민세력이 민주당에 합류할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그것보다는 진보통합 성공을 전제로 진보정당 쪽에 힘을 실어주는 건 어떨지. 힘이 한쪽으로 기울면 대통합도 연대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의 민주당에도 그게 더 자극이 될 수 있다. 나는 “민주당의 선거환경이 너무 좋기 때문에 총선 야권연대는 훨씬 어려울 것”이라는 유시민의 예측이 맞다고 본다. 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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