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번째 직선토론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8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스튜디오에서 진행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많은 매출·이익 올리는 것만이 전부가 아냐”
한겨레경제연구소-자유기업원 공동기획
직선토론: 자유와 책임 ⑤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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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토론: 자유와 책임 ⑤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어떻게 볼 것인가?
스티브 잡스의 애플사는 아이폰·아이패드 같은 혁신적 제품으로 우리의 생활을 바꾸고 소비자의 사랑을 받는 기업이다. 하지만 아이폰을 하청 생산하는 중국 폭스콘 공장의 어린 ‘농민공’들은 기계와 같은 처우를 견디다 못해 최근 잇따라 자살을 했다. 기업은 이처럼 다양한 이해 관계자와 관계를 맺으며 활동하고 이런저런 사회적인 결과를 만들어낸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란 말이 화두가 되고 있다. 시장방임과 국가개입 사이에서 기업가의 선의와 자율로 공공선을 높일 수 있는 제3의 영역을 찾자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책임원리를 홍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경영에 녹여내, 이윤도 많이 내고 소비자의 사랑을 받는 기업도 많다. 기업은 어떤 사회적 책임을 지고 있고, 사회책임경영의 성과와 한계는 무엇인지 점검해 본다. 다음은 지난 8일 진행된 토론을 몇 개의 주제 영역별로 요약해 재구성한 것이다.
전체 토론내용은 <한겨레> 누리집(www.hani.co.kr)에서 동영상으로 볼 수 있다.
사회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강조한 것과 같이 요즘 곳곳에서 기업의 책임, 윤리경영, 상생번영을 얘기한다. 이처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이유가 뭐라고 보는가?
사용자도 노력 해야 하지만 노조도 사회책임 생각해야 -조동근
조동근(이하 조) 2008년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고환율, 저금리 등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줬는데 대기업만 혜택을 보고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에게는 도움이 안 됐다는 인식이 퍼졌다. 여기에 (부응해) 정치인들이 손가락질할 대상을 찾다 보니 이런 얘기(사회적 책임)가 나온 것으로 본다. 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성찰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좋은데, 정부가 이걸 갖고 개입해서 질서를 잡겠다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이봉현(이하 이) 멀리 봐서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기업 하기 좋은 나라’의 정책기조가 계속됐다. 기업 경영 여건은 좋아졌지만 노동의 유연화로 비정규직이 급증하는 등 상대적으로 억눌린 부문도 많았다. 이렇게 기업을 밀어줬지만, 기업인들이 국민의 기대에 맞게 행동하고 우리 모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느냐에 대한 회의감이 확산됐다. 기업지배구조만 해도 지난 10여년 내내 삼성, 현대자동차 같은 대표적인 재벌그룹 총수들이 편법상속 등으로 줄줄이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았다. 정치권이 나서는 것도 국민들의 이런 정서를 반영한 것이라고 본다.
사회 대통령의 8·15 연설을 전후해 여러 대기업이 공익재단을 설립하는 등 상당히 큰 액수를 기부했다. 정권이 사회적 책임을 얘기하니까 기부로 화답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이벤트성 기부 바람직 안해 어차피 하고도 욕먹을 것 -권혁철
권혁철(이하 권)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나 기부가 적지 않지만 국민들이 그걸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어떤 일이 있을 때 이벤트성으로 기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어차피 하고도 욕먹을 것을 왜 하는지 이해도 되지 않는다. 명백한 부정을 저지른 기업인은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지 않았는데도 정치권의 이벤트와 맞물려 들어가 정치인이나 시민단체의 압력이 높아질 때, 기업이 그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기부를 하는 현상들이 계속되는 것이 문제다.
조 잘못된 관행이다. 타성화돼서 돈을 내도 별로 반가워하거나 고마워하지도 않는 것 같다. 자동차회사가 관련 기술인력을 키우기 위해 돈을 내는 것같이 독자적인 목표를 가진 기부나 사재 출연이라면 뭐라 할 사람이 없겠지만, 정치권이 쳐다 보니까 “알겠습니다” 하는 식이라면 그런 관행은 이제 버려야 한다.
사회 좀더 근본적인 질문을 해 보자. 사람들은 대부분 기업의 주인이든 직원이든 둘 중 하나로 살아간다. 사회적 책임을 말하기 위해 우선 기업이란 무엇이며, 무엇을 하는 곳인가를 생각해 보자.
권 기업은 사회에 유용한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되, 알려지지 않은 기회를 발견해 이윤을 창출하는 게 목적이다. 여기서 강조할 점은 이윤창출을 위해 만들어진 인위적인 조직이란 것이다. 기업의 이런 특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기업이 ‘이런 역할도 해야 하고, 저런 역할도 해야 한다’는 쪽으로 나아갈 위험이 있다.
이 의대를 가는 것은 의사가 되기 위한 것일 수 있지만, ‘의사가 돼서 질병 없는 사회를 만들어 보겠다’는 등 좀더 본질적인 목표가 있는 것이다. 기업이 이익을 내고 존속하는 것만 해도 인정해줘야 하지만 그 너머에 있는 목적, 즉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기업이 어떤 일을 하려는지를 계속 성찰해야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 또 사랑 받는 기업이 될 수 있다.
사회 이윤추구를 넘어 사회책임경영이 강조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떤 것을 두고 사회적 책임이라고 하는가?
상대의 욕구 배려하는 것이 사회전체 부를 확대시킨다 -김주일
김주일(이하 김) 기업이 하는 사회공헌활동까지 갈 것도 없이 기업이 이윤추구란 본령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행위를 하지는 않는지, 도덕적 해이는 없는지를 점검하고 견제할 필요성에서 사회책임 요구가 나오는 것 같다. 애덤 스미스는 각자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면 (모두의 이익을 높이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된다고 봤지만, 나중에 나온 경제이론은 상대방의 욕구를 배려하면서 행동하는 것이 사회 전체의 부와 가치를 확대시킨다고 본다. 즉, 사회책임경영이란 다른 사람의 이해관계와 요구를 반영해 의사결정을 하는 것을 말한다.
권 상대를 배려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만 내가 보기에 시장이 이미 그 역할을 하고 있다. 기업은 시장과 소비자가 윤리적 소비, 윤리적 경영을 원하면 그리로 간다. 소비자가 풍력발전이 비싸도 그 전기를 쓰겠다고 하면 기업은 이를 하게 돼 있다. 이를 넘어 환경에 좋은 것은 모두 바꿔야 한다고 강요하거나 제도나 규제를 통해 한꺼번에 바꾸려 하면 문제가 된다.
사회 사회책임의 평가기준으로 지난해 ‘아이에스오(ISO) 26000’이 만들어졌는데, 그 의미는 무엇인가?
김 시장의 실패를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 이를 정부개입을 통해서가 아니라 이해관계자들이 자율적·역동적으로 균형을 맞춰 해결해 가자는 의미에서 나왔다고 본다. 환경, 공정거래, 인권 등 일곱 가지 핵심영역이 있는데, 이를 조직의 가치에 반영하고 흡수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조 일곱 가지 핵심가치를 내재화하면 기업에 도움이 되고 그런 기업이 시장에서 살아남는다. 하지만 언론에서 대학을 평가하듯 어떤 잣대를 대서 모든 기업을 평가하는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이 되어 버리면 문제가 있다.
권 학생들 봉사활동을 증명서 떼서 입시에 반영하는 순간 진정한 봉사는 사라진다. 마찬가지로 사회적 책임은 아름다운 가치이지만 법이나 어떤 규제를 통해 몰아가려는 것은 잘못된 방향이다.
책임은 강요할 성질 아니다 기업의 미래전략이어야 -이봉현
이 ISO 26000이 법은 아니지만 이런 것들이 사회적·국제적 관행이 되면 법 못지않은 강한 힘을 발휘한다. 그렇지만 사회책임은 강요할 성질은 아니며 기업이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고민한 끝에 나온 미래전략이어야 한다. 실제로 이런 가치를 내재화한 기업이 많고 성공한 국내외 기업도 많다.
사회 ISO 26000은 사회책임을 기업의 일로만 제한하지 않았는데 다른 부문의 사회책임에 대해서도 말해 보자.
조 노동조합이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생각해야 한다. 비정규직-정규직은 사실 노-노의 문제이다. ‘자체적으로 해결하라. 우리는 빠진다’는 얘기는 아니고, 조직을 통해서 얇은 보호를 받는 사람을 밀어내는 것이 현재 노동조합의 현실이다. 사용자도 노력을 해야 하지만 노조도 깊이 성찰해야 한다.
이 한겨레경제연구소에서 미디어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보고서를 낸 적이 있다. 언론의 사회책임은 공정성, 불편부당성 등 언론인의 전문직 윤리에 의존해 왔으나, 광고 등 언론기업의 생존논리와 갈수록 많은 충돌이 발생했다. 따라서 언론의 사회책임을 언론기업의 책임으로 범위와 가치를 넓힐 필요가 있다.
사회 생각보다 양쪽의 접점이 많았던 토론이었다. 우리 사회에 좋은 기업이 많아지는 것은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이를 위한 성찰과 개선 노력이 있어야 하겠다. 정리/홍일표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iphong@hani.co.kr
조동근
권혁철
김주일
이봉현
직선토론을 위해 8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 모인 토론자들. 왼쪽부터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김주일 좋은기업센터 소장, 조동근 시장경제제도연구소 이사장, 신경민 문화방송 전 앵커(사회), 권혁철 자유기업원 시장경제연구실장. 박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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