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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원전 안전성의 요건 / 오철우

등록 2011-09-27 20:52

오철우 스페셜콘텐츠팀 기자
오철우 스페셜콘텐츠팀 기자
후쿠시마 사고의 충격은 컸지만
IAEA 총회장에 별 변화는 없었다
깐깐한 보안검색을 받고 들어간 총회장 안 분위기는 바깥과 사뭇 달랐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수습이 진행중인 가운데 지난 19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유엔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에서 먼저 받은 느낌은 여전히 굳건한 ‘원전 시대’의 기세였다. 후쿠시마 이후에 원전 확대·도입을 미루거나 거기에서 이탈하는 나라들이 생겨나면서 에너지 정책의 전환이 국제사회에서 관심의 초점이 됐으나 151개국 대표들이 모인 총회 안은 달랐다. 독일·스위스가 원전의 단계적 폐지를 정하고 이탈리아가 국민투표를 거쳐 원전 재도입을 접었으며 여러 나라가 관망 태도로 물러설 정도로 사고의 충격은 컸지만 총회장에 별 변화는 없었다.

국제원자력기구 사람들의 얘기도 그랬다. 알렉산드르 비치코프 에너지부문 사무차장은 “원전 르네상스는 끝나지 않았다. 다만 후쿠시마 이후에 원전 르네상스를 더 현실적인 측면에서 고려하게 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안전을 강화하면 문제는 없다는 인식이다. 다른 관계자는 “원전 없는 세계는 국가간 에너지 전쟁 상태에 빠질 것”이라며 세계 평화와 원자력 에너지를 붙여 강조했다. 기술전시장에서 원전은 온실가스를 줄일 지속가능 에너지로 부각되었고 이란의 전시공간엔 아랍 언론이 몰려 원전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었다.

반면에 회원국의 대표 연설에서 다른 모습도 나타났다. ‘원전 신화’에서 이탈한 몇몇 나라는 원전 사고가 국경을 넘어 끼치는 영향에 관심을 기울이며 투명성과 안전 강화에 목소리를 높였다. 독일은 핵기술의 책임성을 강조하며 새로 짓는 원전은 노심 용융을 관리할 수 있고 방사능 대량 누출을 막을 수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탈리아는 안전이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기에 강한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참사를 겪은 일본은 안전규제기관의 독립성을 유난히 강조했다.

지속가능 사회를 위해 원전을 접거나 신중함을 보이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지금이 앞선 나라의 원전기술을 추월할 기회라며 오히려 의욕을 보이는 나라도 있다. 원전만이 아니라 다른 가능성을 찾자는 목소리가 뒤섞인 것은 이번 총회의 새로운 풍경일 듯했다. 아직 작지만 이런 에너지 다양성이 장차 지구촌 에너지 생산·소비에 어떤 변화를 만들지도 궁금해진다.

많은 나라가 한목소리로 요구한 것은 안전기준과 투명성의 강화였다. 그 결실이 이번 총회에서 승인된 ‘원자력안전 실행계획’이었다. 12개항의 계획에는 원전의 자연재해 취약성을 재평가하며 노후 원전 평가를 강화하고 회원국의 안전체제를 점검하는 ‘상호평가’를 강화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체르노빌 때에도 없던 비상한 조처라 하니 안전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높아 보였다.

그러나 누가 절대 안전을 장담할 수 있으랴. 정교한 핵기술을 지닌, 게다가 이미 뼈아픈 핵 공포를 겪은 나라에서 믿기 힘든 참사가 일어났으니 충격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이다. 또한 참사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넘어 예상치 못한 더 최악의 상황에서 일어난다는 경각심을 던져주었다. 기술은 불확실성 앞에 겸손해야 한다.

안전은 한 번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라 늘 잠재된 위험을 경계하는 과정이다. 안전규제기관의 독립성과 정보의 투명성은 그래서 중요하다. 여러 회원국이 힘주어 주장한 바도 그것이었다. 국내에도 최근 원자력안전위원회라는 독립기관이 생겼다. 그러나 얼마나 제구실을 할지 아직 의심의 눈길이 많다. 투명성도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니다. 이젠 적당히 봐주는 법 없는 깐깐한 안전규제의 긴장을 보고 싶다. 원전은 안전을 투명하게 보장할 때에야 비로소 미래 에너지가 될 수 있다는 게 후쿠시마가 주는 교훈이다.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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